
이재명 대선 후보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 중인 민주당이 또 하나의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연기되면서 ‘6·3 대선 민주당 후보 실종’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대선 이후 유죄 판결이 날 경우 ‘당선 무효’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민주당은 본격적인 입법 전략 마련에 나섰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7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 기일을 다음 달 18일로 연기했다. 당초 예정된 첫 공판 기일은 이달 15일이었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후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파기환송심 공판 기일이 연기되면서, 6·3 대선 전에 민주당 후보가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는 사실상 발생 가능성이 사라졌다. 앞서 일각에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례적인 ‘속도전’으로 인해, 대선 후보 등록일인 오는 11일 이후부터 대선 당일인 다음 달 3일 사이에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의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서울고법으로 돌아간 이 사건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이 후보는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후보 등록 마감 이후에는 새로운 후보를 등록할 수 없기 때문에, 당이 대응할 여지가 없어진다는 점에서 우려가 컸다.
이제 이 후보에게 남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헌법 84조를 둘러싼 논란뿐이다. 현재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이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취임 이후에도 형사재판이 계속될지가 핵심 쟁점이다. 만일 형사재판이 이어져, 형이 확정될 경우 대통령직이 박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 84조는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 대통령은 재직 중에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헌법84조에 명시된 ‘소추’의 해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중이다. 민주당은 ‘소추’라는 표현에 공소 제기뿐만 아니라 공소 유지도 포함된다고 해석하며,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재판 절차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보수 진영은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이라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근거로, 현직 대통령도 형사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 후보가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더라도, 곧바로 당선 무효 또는 직위 상실에 이를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 제84조의 적용 범위와 해석을 요청해 국민 앞에 모든 법적 쟁점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공세를 가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헌법 84조’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통령 재판 정지법’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경우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단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부칙에는 △법을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시행 당시 대통령에게도 적용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한편 법무부와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개정안 강행 처리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날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한 사람을 위한 입법을 하고, 사법부 수장의 사퇴를 압박하는 행태는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며 “‘이재명 재판중단법’에 대해 충분한 토의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표결을 강행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도 법사위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개정안은 특정인을 위한 법률안으로 해석될 수 있고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