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험도 유동화 될까…“공공신탁으로 노후 보장”

암보험도 유동화 될까…“공공신탁으로 노후 보장”

기사승인 2025-07-09 10:35:14
현행 신탁 자산으로 허용되지 않은 질병, 상해, 암보험 등이 공공신탁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보험업계 주장이 나왔다. 프리픽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공공신탁 제도가 사망 외 다른 보험금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보험업계의 기대가 나오고 있다. 현재 신탁 제도는 사망보험금에 대해서만 적용되는데, 이 범위를 넓혀 노후 보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제언도 이어진다.

9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50세 이상 인구의 생명보험사 보험상품 가입률은 71.4%다. 이 가운데 치매에 걸리는 등 유사시에 대비해 보험금을 신탁할 수 있는 종신(사망)보험은 절반이 채 되지 않는 31.6%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질병보험(24.4%), 암보험(21.4%), 상해 등 건강보험(12.9%) 등이다.

보험금을 노후 자산으로 운용할 필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의 자산 81.2%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다. 전월세 보증금을 제외한 저축성 금융자산은 가구당 평균 9258만원 수준에 그친다. 통상 1억원 수준인 사망보험이나 수천만원 수준의 진단비, 치료비 보험금이 적지 않은 이유다.

문제는 인지기능이 떨어진 고령자가 보험금을 자신에게 사용하지 못하고 제3자의 부당한 개입에 노출될 위험성이다. 진단비와 치료비로 사용하려던 보험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 금융기관에 보험금을 맡기고 사용방식을 정하는 신탁이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금융당국은 사망보험금에 대해서만 신탁을 허용했다.

새 정부가 검토할 공공신탁이 도입되면 어떨까. 공공신탁은 금융기관 대신 공공기관이 중고령층과 사전 신탁계약을 맺고 치매나 장애 등을 앓게 돼 고객이 스스로 보험금 운용을 결정할 수 없게 되면 미리 신탁한 대로 보험금을 관리해 주는 제도다. 일반 신탁과 달리 공공신탁의 신청과 이용에 드는 비용은 모두 무료다.

일반 신탁에 종신보험 이외 다른 보험금을 맡길 수 없는 이유는 불확실성이지만, 공공신탁에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언젠가 반드시 사망해 보험금을 받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반면 질병보험이나 상해보험은 질병이나 상해가 발생해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을지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운용 수익을 내기 어렵다.

기존 운영되고 있는 대리청구인 지정제도도 의식불명이나 인지기능 저하에 처한 고객이 다른 이에게 보험금을 청구할 권한을 위임하는 데 그친다. 고객의 의도대로 보험금을 사용하도록 통제하는 기능은 없다.

질병보험금은 불확실성이 크고 금액도 사망보험금에 비해 크지 않아 민영 금융기관에서 운영하기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용 수익에 상대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공공신탁 방식에 한해 신탁 자산으로 인정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송 연구위원은 “보험금을 본인의 의사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도록 인지기능이 유지된 시점에 공공신탁으로 보험금 활용을 사전에 구조화하면, 고령자의 경제적 자기결정권을 보존할 뿐 아니라 인지기능 저하나 질병으로 발생하는 재정적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동주 기자
park@kukinews.com
박동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