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대미(對美) 무역 협상 로드맵 오리무중[박진호의 아웃사이트]

이재명 정부의 대미(對美) 무역 협상 로드맵 오리무중[박진호의 아웃사이트]

무엇을 포기할지가 아닌, 무엇을 지킬것인가를 고민해야

기사승인 2025-07-17 17:25:34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무역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때 보다도 심화되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미중관계 급변에 따른 우리가 직면하게 될 몫이다. 트럼프발 관세 압박으로 파국으로 치닫던 미중관계가 지난 5월과 6월 2차례의 대화를 통해서 새로운 기회가 모색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8월 초 미중간 무역 협상을 앞둔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이 중국과 정상회담을 이달 24일 개최 예정인 가운데, 이 회담 결과가 미중 무역협상에 미칠 영향도 눈여겨 볼 중요한 사안이다.

최근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대두되고 있다. 시 주석의 3연임 이전의 공고했던 1인 지도체제의 권력기반이 약화되었다는 것은 일반적인 평가이다. 시 주석이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철폐했다는 점에서 볼때, 시 주석 주변 권력자들의 변화 보다는 지난 6월 정치국 회의를 통해서 국가적 중대 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의사결정조정기구’를 구성했다는 것이 중요한 변화이다. 새로운 의사결경 시스템을 도입한 정치적 이유는 불명확하지만 시 주석 스스로 1인 지도체제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유럽연합은 중국과 수교 50주년을 맞아 유럽과 중국의 지속가능한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서 ‘경제 재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럽연합과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경험한 이후 대미(對美) 취약성을 제거하는데 전략적 노력을 기울여왔고 글로벌 국제질서에 있어 미국의 일방주의적 결정에 따른 피해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럽연합과 중국이 연대하여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는 현실적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유럽연합의 무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양자 및 다자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유럽연합은 현재 미국과 무역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멕시코, 캐나다, 일본 등 개별 국가와의 연대 뿐만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과의 협력을 가속화시고 있다. 

세계 경제 규모면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를 다투는 유럽연합과 중국이 사실상 미국과의 한 판 승부를 벼르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전략적 로드맵 조차 국민들에게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율 인하 및 대상 품목 제한을 위해서 지금처럼 무엇을 포기할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중국이 국내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 있어 관세 전쟁 휴전의 장기화 혹은 극적 타결로 마무리 될 경우 우리의 무역 구조의 취약성은 최악의 상황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무역구조가 특정산업과 특정국가에 집중되어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제조업 전반에 걸쳐 대중(對中) 수입이 확대되고,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소수 특정산업 중심으로 대미(對美) 수출이 집중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가 높아지고, 미국의 10대 무역적자 품목 중 3개가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중간 무역협상의 결과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경제안보 전반에 걸쳐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렇다고 단 시간에 무역 품목 혹은 대상 국가 다변화를 실현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박진호 전 국방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