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식’(전승절)에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과 외교 당국은 이 대통령 대신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전승절 기념식은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개최되며, 기념식과 함께 대규모 열병식이 예정돼 있다. 특히 올해는 정주년(5·10년 단위 기념 연도)에 해당해, 중국은 주요국 정상들을 초청해 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를 계획이다.
중국은 지난달 한국 정부에 전승절 행사 참석을 타진한 바 있으며, 당시 대통령실은 “양국 간 소통이 진행 중”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대통령의 불참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여전히 조율 중인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먼저 중국을 방문하는 데 따른 외교적 부담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확정적인 답변은 어렵다”며 즉답을 피하면서도 한·미 정상회담 전에 전승절에 참석할 가능성을 묻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미국 측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불참이 유력시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 등 고위급 인사의 대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우 의장은 의전 서열상 대통령 다음 순위인 만큼, 외교적 상징성을 고려한 카드로 풀이된다.
우 의장은 지난 2월 중국 하얼빈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면담했으며,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을 초청한 바 있다.
정부는 한·중 간 외교 관계를 고려해 일정 수준의 대표성을 유지하되, 한·미 관계에도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외교적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