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모범생’ 안효섭, 집요히 다진 기초 위 올린 ‘전독시’ [쿠키인터뷰]

‘연기 모범생’ 안효섭, 집요히 다진 기초 위 올린 ‘전독시’ [쿠키인터뷰]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주연 배우 안효섭 인터뷰

기사승인 2025-07-23 06:00:10 업데이트 2025-07-23 11:33:58
배우 안효섭. 더프레젠트컴퍼니 제공 


배우 안효섭의 얼굴은 도화지 같은 매력이 있다. 어떤 캐릭터를 덧입혀도 어색하지 않고, 어떤 장르라도 주 종목이었던 듯 녹아든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에서도 그랬다. 스크린 데뷔작에 ‘슈퍼 IP’를 원작으로 둔 판타지 액션인데, 이러한 특이점을 말끔히 삭제해냈다. 아무래도 그 비결은 ‘집요함’인 듯하다. 16일 서울 안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감독님과 매일 같이 대화를 나눴다”고 털어놨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가 소설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린다.

김독자의 외양은 지극히 평범하다. 의상마저 퇴근길이라 칙칙한 양복 차림이다. 성격도 모난 구석 없이 선하다. 싫은 소리도 잘 하지 못한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흔들릴 때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선에서 고민한다. 안효섭은 처음 이러한 인물의 ‘무맛’에 천착했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인물 자체에 집중하게 됐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도대체 독자의 보편성이 뭘까 싶었어요. 제일 어려운 지점이었어요.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그 평범함이 뭔지가 문제였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자체가 선입견 같더라고요. 예를 들면 키 큰 사람도 키 작은 사람도 모두 존재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이 부분을 배제하고, 최대한 독자의 과거를 들여다보려고 했어요. 어떻게 커왔는지, 왜 가방을 앞으로 메는지, 이런 것들요.”

그다음은 ‘공감’이었다. 안효섭은 “모두가 독자가 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독자는 주인공이지만 주인공 같지 않아야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대한 일반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어요. 독자의 시점으로 흘러가잖아요. 타이트한 쇼트도 많고요. 독자가 고민할 때 똑같이 관객들도 고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촬영하고 ‘너무 멋있었나요?’라고 질문하기도 했어요.”

배우 안효섭. 더프레젠트컴퍼니 제공


대개 대작의 주인공이 평범하기란 쉽지 않고, 그럼에도 평범한 주인공이 관객의 지지를 얻으려면 필히 설득력을 가져야만 한다. 안효섭은 말만 쉬운 이 전제를 성립시키기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 파고들었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김병우 감독에게도 집요하게 질문을 던졌다. 결과물에서 짐작할 수 있듯, 다행히 일방향 소통은 아니었다.

“실제로 크리처를 맞닥뜨리면 독자는 나설 수 있을지, 나서게 된다면 목소리는 어떨지, 이때 눈빛은 불안해도 목소리는 클지, 이 부분에서는 조금 더 자신감을 가져도 되지 않을지, 괴수가 딱딱한지, 두 번 쑤셔야 할지, 이렇게 세세한 설정에 시간을 많이 썼어요. 감독님과 잘 맞았어요. 감독님도 집요하셨거든요. 말이 잘 통했어요. 진심으로 얘기하는 게 느껴졌고요. 몰입도가 같았던 것 같아요.”

첫 영화라서 특히나 신경 썼다고 하기엔 타고 나길 이같이 지독한 모범생 타입이었던 모양이다.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매체 특성상 압축적으로 담아야 했는데, 어떤 이에게는 부담스럽고 지칠 법한 이 작업이 “감격스러웠다”는 그다. “원래 이런 스타일이에요(웃음). 제가 할 수 있는 건 부끄럽지 않게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기도 했고요. 영화는 처음인데 시간을 섬세하게 할애할 수 있는 게 감격스럽더라고요. 드라마도 영화도 각각 매력이 있지만,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한 컷 한 컷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너무 달가웠고요.”

착실히 자신만의 포트폴리오를 만들며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넘긴 안효섭이지만, ‘전지적 독자 시점’은 여러모로 새로운 시작점이다. “시간이 훌쩍 흘렀는데 체감이 막 되진 않아요. 그래도 스스로 묵묵히 걸어왔으니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저라는 나무를 다듬고 그 토대에 물을 주는 기간이었다면, 이제 자라날 시기라고 믿고 싶어요. 제게 실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