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수도권 주요 지역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시장 진입으로 인한 혼란을 예방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 안정과는 거리가 있는 정책으로 봤다.
22일 국토부는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서울시 전역, 인천시 7개구, 경기 23개 시·군을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적용 기간은 오는 26일부터 내년 8월25일까지이다. 필요 시 기간 연장을 검토한다.
외국인이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토지 면적 6㎡ 이상의 주택을 매수하려면 관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단독주택‧다가구주택‧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대부분 주택 유형이 대상이다. 허가받은 외국인은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 입주 및 2년 실거주해야 한다.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주택 소재지의 시‧군‧구청장이 3개월 이내 기간을 정해 이행 명령을 내리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무 이행 시까지 토지 취득가액 10% 이내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국토부는 실거주 의무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불이행 시 이행강제금 부과뿐만 아니라 허가 취소도 검토한다.
현재 자금조달계획서 및 입증 서류 제출 의무는 투기과열지구 내 주택 거래에만 적용되지만, 허가구역 내 거래에도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외국인 자금출처조사를 강화하기 위해 자금조달계획 내용에 해외자금 출처 및 비자 유형(체류 자격) 등도 추가한다.
앞으로는 조사 결과 외국인의 해외자금 반입에 따른 주택거래가 자금세탁 등으로 의심되는 경우에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될 수 있다. 더불어 조사 결과 양도차익 관련해 해외 과세당국의 세금 추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거래는 국세청에 통보돼 해외 과세당국에 전달도 검토한다.
한편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외국인의 수도권 주택 거래는 2022년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주택 거래 건수는 2022년 4568건에서 2023년 6363건, 2024년에는 7296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국토부는 올해 역시 지난달까지 누적 거래 건수가 4431건으로 집계돼 3년 연속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의 수도권 주택 거래는 지역별로 경기 62%, 인천 20%, 서울 18%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73%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이 14%로 뒤를 이었다. 주택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59%를 차지했으며 다세대주택은 33%로 집계됐다.
전문가는 이번 조치가 외국인의 부동산 시장 진입으로 인한 혼란을 예방하는 데 긍정적이지만 대상 지역을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집을 산다는 것은 결국 투자 행위”라며 “외국 자금이 국내로 유입된다는 의미인데 이를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에 한해서만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들 지역은 집값이 비싼 만큼 외국인 투자를 통해 아파트값이 더 오르면 부작용이 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싱가포르나 뉴질랜드, 호주 등의 국가에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시장 진입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이번 조치가 긍정적이다”라며 “다만 국내의 경우 외국인 투기 비중이 크지 않아 이번 규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내국인에게 적용되던 규제들을 감안하면 이번 외국인 대상 조치는 긍정적이다”라며 “다만, 특정 지역을 제외하고 외국인 소유의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번 조치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인지를 논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