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뒤흔든 BYD, 韓시장선 약세…가성비 무기로 신뢰 벽 넘을까

유럽 뒤흔든 BYD, 韓시장선 약세…가성비 무기로 신뢰 벽 넘을까

BYD, 한국 공략 강화... 소비자 신뢰는 여전히 시험대 
‘중국산’ 편견 넘을까... 체험·AS로 승부 거는 BYD 

기사승인 2025-09-11 06:00:15
BYD 목동전시장의 모습. 해당 전시장에선 BYD의 한국 출시 차량 3종(아토3, 씰, 씨라이언7)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김수지 기자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기업이자 중국 토종 브랜드 비야디(BYD)가 한국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 진출 8개월간 판매량은 2000대에도 못미치며 수입차 시장 점유율 14위에 머물렀다. 글로벌 시장에선 테슬라를 제치고 전기차 왕좌에 오른 브랜드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이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공격적인 라인업 확장 전략을 감안하면, 성장 여지는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BYD코리아에 따르면 BYD는 한국 진출 직후인 4월 전기 소형 SUV ‘아토3’를 출시해 보름 만에 500대 이상을 판매하며 좋은 기록을 보였다. 이어 8월에는 전기 세단 ‘씰(SEAL)’, 9월에는 도심형 SUV ‘씨라이언7(SEALION 7)’을 투입하며 포트폴리오를 넓혔다.   

쿠키뉴스가 BYD코리아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3월부터 8월까지 총 판매대수는 약 1940대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약 1300대로,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시장 점유율 14위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BMW는 3만8280대, 메르세데스-벤츠는 3만2575대를 판매하며 압도적인 격차를 보였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 그러나 한국에서는 수입차 14위, 판매량은 1900여 대에 그친다. 이런 성적 부진은 신뢰의 벽을 보여준다. 배터리 안전성에 대한 우려, 낮은 브랜드 인지도, 촘촘하지 못한 A/S가 소비자의 선택을 막아섰다. 한국 시장에서의 성패는 이 장벽을 얼마나 빨리 허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소비자에게 ‘안심할 수 있는 전기차’라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글로벌 무대에서의 화려한 성적표를 한국에서 재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격은 강점, 신뢰는 숙제 

BYD의 가격 경쟁력은 분명한 무기이자,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판매 중인 아토3는 3000만원대 가격으로 동급 전기 SUV보다 수백만원 저렴하다. 이런 경쟁력은 배터리를 외부에서 조달하지 않고 직접 생산하는 구조에서 나온다. BYD는 ‘블레이드 배터리(Blade Battery)’로 불리는 자사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대량 양산하며 원가를 낮췄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기에, 수직계열화를 통해 가격을 끌어내린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은 동시에 신뢰 부족이라는 그림자를 남겼다.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배터리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 여전하다. 최근 배터리 화재와 성능 논란이 이어지며 안전성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것도 BYD에겐 부담이다. 결국 가격은 매력인 동시에 넘어야 할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5년 자동차안전도평가'에서 BYD의 아토3는 종합 4등급을 받았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소비자 우려와 달리 안전성 평가 지표에선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2025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 따르면 BYD 아토 3는 충돌 안전성(4급, 84.7%)과 보행자 안전성(5급, 76.2%)·전기차 안전성(3급, 63.6%)에서 양호한 점수를 받아 종합 4등급을 기록했다. 까다로운 시험에서 BMW iX2조차 종합 등급 2등급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경쟁력은 입증한 셈이다. 

해외에선 1위, 한국은 아직 미비

BYD의 글로벌 성과는 화려하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BYD는 올해 상반기 브라질·홍콩·싱가포르·태국·스페인·이탈리아 등 7개국에서 신에너지차(NEV) 점유율 1위를 차지했고, 유럽 점유율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승혜 하나증권 연구원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BYD 판매량은 2022년 2분기 테슬라 판매량을 처음 넘어선 이후 2024년 4분기 테슬라의 2.4배, 글로벌 1위 완성차 브랜드인 토요타의 52% 수준까지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BYD 양천서비스센터의 모습. 한 관계자는 “국내 출시 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전기차다 보니 하루 이용객은 많지 않다”며 “무상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런 고객들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김수지 기자 

BYD는 한국에서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국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BYD코리아는 최근 서울 마포와 경기 김포에 신규 전시장을 열었고 연내 전시장 30곳, 서비스센터 25곳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단순히 차량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카페형 전시장 등 체험 요소를 결합한 ‘라이프스타일형 매장’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또 팝업스토어와 시승 이벤트 같은 체험형 마케팅을 병행하는 점도 눈에 띈다. 

BYD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강자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이라는 무기는 갖췄지만, 소비자 신뢰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진출 초기엔 BYD의 가격 경쟁력이 통했지만, 구형 모델 투입·사후 관리 부족 등으로 신뢰를 잃어 판매가 주춤했다”며 “특히 최근 출시한 모델 같이 고가 모델일수록 ‘메이드 인 차이나’ 이미지가 더 크게 작용해 소비자 설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BYD가 한국에서 반등하려면 신형 모델을 적기에 들여오고, 가격·품질·A/S·마케팅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YD코리아는 관계자는 “매년 1개 이상의 신차를 출시하고 구매부터 사후 관리까지 고객 만족을 우선하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향후 3년 내 한국 고객이 전기차 구매를 고려할 때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고 중장기적 비전을 밝혔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