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발표한 HMM 부산 이전 정책이 포스코의 HMM 인수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HMM 본사 이전’ 관련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부산해양강국 범시민추진협의회와 간담회를 열고 부산 시민들로부터 7대 정책 과제를 전달받은 후 “부산이 진정한 해양수도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해수부가 든든히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여러 차례 밝힌 HMM 부산 이전에 대한 강한 의지에 따라, 부산에는 산업군 간 연계를 통해 해양 산업 경쟁력 강화를 이뤄갈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포스코의 HMM 인수 움직임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는 현재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전문 자문단을 구성해 HMM 인수로 인한 사업성 및 전략적 시너지를 분석 중이다.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를 축으로 성장해온 포스코는 해운업계 진출을 통해 원자재와 배터리 소재의 안정적 조달, 물류 경쟁력 확보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그간 HMM의 민영화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인수 규모와 복잡한 이해관계 문제로 무산된 바 있었는데, 포스코가 이번 인수에 성공한다면 HMM 민영화의 ‘퍼즐’이 완성되는 셈이다.
인수 대상이자 국영해운사인 HMM 입장에서도 ‘정부 그늘’을 벗어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민간 경영을 통해 공적 자금을 회수해 경영의 투명성, 효율성 강화를 이룰 수 있는 데다, 정부의 ‘부산 이전’ 추진에 거리를 두고, 자율적 경영 체계를 잡아갈 수 있다는 것도 기대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HMM 인수에 성공하면 장기적 사업 계획과 의사결정의 자유도를 확대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며 “경쟁이 치열한 현재 해운 시장에서, 민영화를 통한 경쟁력 극대화가 공공 이익에도 부합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함이 기계적 이전 발표보다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민영화 추진의 필요성으로 ‘경영 효율’을 내세우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 주도 하에 ‘본사 부산 이전’ 등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작 글로벌 주요 해운사들의 본사는 금융, 정책, 무역 중심지에 다수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머스크는 덴마크 코펜하겐, MSC는 스위스 제네바, ONE은 일본 도쿄에 지주회사 본사를 두고 있으며, 이 도시들은 모두 글로벌 금융과 무역, 정책 결정의 허브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이러한 위치 선정은 글로벌 고객사 및 무역 파트너와의 소통, 대규모 자금 확보가 필수적인 해운 물류업의 특성상 필수적이라는 것이 업계 입장이다.
이에 한국에서도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추진할 때 이 같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업과 주요 거래가 이루어지는 장소는 항만 주변부가 아닌 금융기관과 무역회사 등이 모여 있는 수도권”이라며 “주요 고객사와의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서울이 유리한데, HMM이 공공성을 갖고 있다는 명목만으로 기계적 이전을 추진하는 정부에 대한 반발 심리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정책 추진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및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부산 입장에서는 ‘추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영화가 된다면 더 이상 정부의 정책 의지만으로 기업 이전을 강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박인호 부산항을 사랑하는 시민모임 대표는 “부산 이전 문제가 포스코에 달리게 되면 정부가 추진 동력을 지속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와 지역사회, 업계 및 HMM의 측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는 국가기간산업의 수익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포스코의 HMM 인수가 장기적 안목의 사업 경영을 위해 추진돼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업 리스크가 큰 시기에 정부가 공기업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의미 있으나, 그렇지 않은 시기에는 민간 인수를 통해 사업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고 성장을 이루는 것이 경영적으로 유리하다 볼 수 있다”고 했다.
손재성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인천항이 물류항으로서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며 “때문에 대부분의 물류가 이뤄지는 부산항에서 부산 이전은 명분이 충분하지만 포스코 매각이 정부 해양 정책에 부작용이 될 가능성은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