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지킬 게 많지요?”…농협, ‘40억 수의계약’ 의혹에 진땀 [2025 국감]

“회장님 지킬 게 많지요?”…농협, ‘40억 수의계약’ 의혹에 진땀 [2025 국감]

농해수위 국정감사
“황금열쇠·20억 리베이트”…추가 의혹 ‘봇물’ 

기사승인 2025-10-24 13:07:40
 
강호동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24일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자신을 둘러싼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을 받았다. 1억원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은 물론 조합장 시절 2000만원 수수, 560만 원 상당의 황금열쇠 수수, 20억원대 핸드크림 리베이트 의혹까지 잇따라 터져 나왔다.

강 회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제기된 혐의들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회장님을 상대로 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가 조직의 안정성과 신뢰도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질의했다. 앞서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뇌물 수수 혐의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에 있는 강 회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강 회장은 지난해 1월 선거를 앞두고 당선이 유력하던 시기, 농협 계열사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1억 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강 회장은 공식 사과에 나섰다. 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런 심려를 끼친 데 대해서 우리 국민 여러분과 206만 조합원, 12만 임직원, 그리고 존경하는 위원님들께 진심으로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가지 내부적인 사항은 경찰 수사 중이다 보니 이 자리에서 말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 원인 규명을 명백히 밝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회장님 지킬 게 많지요” 문자 뒤 수상한 경쟁입찰 취소

강 회장 금품수수 혐의를 둘러싼 추궁은 계속됐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지난 10월15일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서 압수수색을 받았다. 혐의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강 회장은 “중앙회장 선거 때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내용”이라고 답했다.

임 의원은 “언론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나온다”며 “공식 입장으로 ‘불법적인 금전수수’가 없다고 했는데, 불법이 없다는 것인지 금전수수 자체가 없었다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 보도를 보면, 농협유통에 경비·미화 용역을 제공하는 업체 대표로부터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 차례에 걸쳐 1억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업체 대표를 만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강 회장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경찰에 소상히 밝히도록 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임 의원은 “의원실에 제보가 들어왔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돈을 건넸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취임식 초청도 못 받자 불만이 높아지던 와중, 10월25일 농협유통이 나라장터에 25년도 경비·미화 경쟁입찰 공고를 냈다”며 “이에 화가 난 업체 대표가 회장님에게 ‘저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습니다. 회장님은 지킬 게 많으시지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러자 10월 26일 난데없이 이 공고가 취소됐다. 아주 공교롭다”고 했다. 임 의원은 “농협유통의 입찰 공고 취소 내부 사정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강 회장은 “그 내용은 이번에 알았다”고 답했다. 박서홍 농협경제대표이사는 취소 이유에 대해 “당일 나라장터에 입찰을 했는데 1시간 만에 80개 업체가 입찰해 심사를 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임 의원은 “그렇다면 재공고를 하거나 현장 방문하지 않은 업체를 걸러낼 장치를 만드는 게 맞다”면서 “그런데 재공고 없이 돈을 건넨 그 업체가 25년 1년간 총 39억6700만원, 근 40억원의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받았다. 이러니 의심을 받는 것 아니겠느냐”고 질타했다. 이어 “농협중앙회의 자산은 711조 원이다. 그만큼 책임이 무겁다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황금열쇠·20억 리베이트”…추가 의혹 ‘봇물’ 

진보당 전종덕 의원도 “매관매직, 보은인사, 뇌물수수 의혹까지 곳곳이 지뢰밭이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전 의원은 강 회장의 1억 수수 의혹과 관련해 “송파 소재 벤처 안에서 5000만원, 서울역 인근에서 5000만 원을 직접 수수했다는 의혹이 있는데 맞냐”고 물었다. 

강 회장이 “경찰에 소상히 설명드리겠다”고 답하자, 전 의원은 “같이 동승한 조합장도 있다”며 “직접 프라자 호텔에서 만났고 회유를 시도했다는 제보도 있다”고 했다.

이어 전 의원은 △율금 조합장 시절 2000만원 수수 의혹 △인천지역조합장협의회로부터 560만원 상당의 ‘황금열쇠’를 받았다가 논란이 일자 7월에 돌려줬다는 의혹 △농협생명의 20억 핸드크림 계약 관련 5억 리베이트 의혹 등을 줄줄이 쏟아냈다.

특히 핸드크림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 전 의원은 “지난해 12월31일 계약을 했는데 9월까지 10만 개중 4만8000개밖에 납품이 안 됐다가 추석 이후에 5만2000개가 납품 완료됐다”며 “납품도 안 받았는데 지난해 12월31일 20억원 결재를 한 급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이에 강 회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농협생명 대표가 소상히 설명할 것”이라고 책임을 넘겼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