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독자적인 대안신용평가모형을 외부에 개방하며 ‘포용금융’ 확장에 나선다.
카카오뱅크는 29일 미디어 브리핑 ‘2025 카뱅 커넥트’를 열고, 대안신용평가모형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선물하기’가 신용으로…3800개 변수로 ‘1조원 포용’
첫 번째 세션은 ‘신용평가모형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조진현 카카오뱅크 신용리스크모델링팀장이 발표를 진행했다. 조 팀장은 “기존 금융정보 중심의 평가로는 중·저신용자와 씬파일러(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의 신용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카카오뱅크는 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신용평가를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전통적인 신용평가 방식은 차주의 직장정보, 소득정보, 상환 이력 등 금융거래 기록을 중심으로 이뤄져 금융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를 포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들은 상환 능력이 있어도 현행 신용평가모델로는 낮은 등급을 받아 대출이 제한되거나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했다.
이에 공과금 지불내역, 모바일 이용 내역 등 비금융정보를 머신러닝 등으로 분석하는 ‘대안신용평가’가 보완책으로 등장했다. 카카오뱅크는 대안신용평가모형 고도화를 통해 ‘출범 후 중·저신용 15조원 공급’이라는 성과의 핵심 배경을 마련했다.
조 팀장은 “신용평가모형은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데이터 축적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카카오뱅크 신용평가모형은 4단계에 걸쳐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2019년 통신정보를 활용한 가점 부여로 대안정보 활용을 시작했다. 2021년에는 머신러닝 방식으로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에 비금융 정보를 반영해 중·저신용 대출 취급을 확대했다.
이후 2022년에는 업계 최초의 독자적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스코어’가 개발됐다. 롯데멤버스·교보문고 등 가명결합데이터 1800만건을 활용하면서다. 앱 내 적금·이체 실적, 카카오 선물하기·택시 이용, 도서 구매 등 3800여 변수가 반영됐다. 2023년에는 개인사업자용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했다. 음식점업·온라인셀러 등 금융접근성이 낮은 업종의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카카오뱅크스코어는 2023년부터 2025년 3분기까지 약 9893억원의 대출을 추가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기존 금융정보 기반 모형에서는 대출이 거절된 고객들을 대안 정보로 추가 선별한 결과다. 전체 중신용 대출 취급액의 약 13%에 해당한다. 2693억원(약 27%)은 금융 이력이 거의 없는 씬파일러 고객에게 공급됐다.
카카오뱅크스코어의 포용성은 수치로도 입증됐다. 카뱅스코어와 표준 신용점수(CB)의 각 상위 30% 고신용 집단을 비교한 결과, 씬파일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카뱅 스코어가 9.7%에 달한다. 표준CB점수(1.8%) 대비 5.4배 높았다. 또한 연소득 2000만원 이하 저소득층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카뱅 스코어(10.6%)가 표준CB점수(5.3%)의 2배 수준이었다. 비금융 데이터가 신용평가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카카오뱅크는 해당 모형을 ‘카카오뱅크 플랫폼 스코어(카풀 스코어)’라는 이름으로 외부 금융사에 개방할 예정이다. 조 팀장은 “(명칭은) 은행,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사들도 카카오뱅크의 모형에 ‘카풀’해 포용금융을 함께 확대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NICE평가정보와 협력 중이며, 올 연말 ‘신용대출 비교하기’ 서비스 입점 금융사에 우선 제공하고 향후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 팀장은 “카카오뱅크를 넘어 전 국민이 보다 공정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안신용평가모형의 저변을 확대해 진정한 의미의 포용금융을 실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스미싱 탐지부터 AI 검색까지…일상 파고드는 카뱅 AI
두 번째 세션에서는 이재욱 AI고객서비스개발팀장이 ‘AI Native Bank'로의 진화 전략을 발표했다. 이 팀장은 2017년 모바일 중심 은행으로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카카오뱅크가 “이제는 AI를 활용해 금융을 새롭게 정의하며 더 쉽고 빠르고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고객이 일상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AI 스미싱 문자 확인’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해당 서비스는 AI가 문자 내용, 단어 조합, URL 패턴, 과거 사례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 스미싱 여부뿐 아니라 판단의 근거까지 제시한다. 이외에도 혁신금융서비스로 제공된 AI검색, AI금융계산기, 인앱 상담 챗봇 등을 출시하며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2022년에는 금융권 최초로 고객의 터치 리듬과 화면 조작 패턴으로 본인 여부를 판별하는 ‘무자각 인증 기술’을 도입했다. 또 안면인식 기반 신분증 진위 검증, AI 기반 이상거래탐지(FDS) 시스템, RPA와 Document AI(OCR)를 결합한 업무 자동화 등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사내 구성원들이 직접 AI를 실험하고 개발할 수 있는 ‘AI 플레이그라운드(카바니)’도 운영 중이다. 직원들은 ‘구매팀 도와주세요!’, ‘판교 회식장소 정해줘’ 등 업무 지원 봇(BOT)을 직접 생성해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력은 ‘금융기술연구소’의 R&D를 기반으로 한다.
AI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은 카카오뱅크는 AI·인증·빅데이터 등 신기술 연구에도 힘쓰고 있다. 지금까지 카카오뱅크는 169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국내외 학회에서는 지난 28일 기준 16건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신경망을 이용한 신분증 진위 판단 방법’ 등 AI 관련 특허는 미국에서도 등록을 완료하며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앞으로 금융기술연구소는 미래 금융 기술 트렌드를 예측하고 연구개발 과제를 정리해, 비즈니스 전략과 연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연구 성과가 실제 서비스 혁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팀장은 “AI는 고객이 더 쉽고 안전하게 금융을 이용하도록 돕는 가장 유용한 도구”라며 “앞으로도 기술로 금융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누구나 즐겁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