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멈췄던 금융권 ‘인사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가 1급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면서다. 금융감독원 조직 개편도 임박해 15곳 안팎의 금융 공기업·유관기관장 ‘도미노 인선’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위는 지난 29일 박민우 자본시장국장을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안창국 금융산업국장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각각 승진 발령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달 이억원 금융위원장 취임 직후 1급 전원에게 사표를 받았고, 지난 28일 일부에게 사표 수리 사실을 통보했다. 지난 16일에는 석 달간 공석이던 사무처장 자리에 신진창 전 금융정책국장을 임명했다.
이번 인사로 이 위원장 취임 이후 금융위 1급 진용이 모두 갖춰졌다. 지난해 연말부터 적체된 국장급 인사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당장 공석이 된 금융정책국장, 금융산업국장, 자본시장국장 등 주요 보직을 채워야 한다. 이외에도 금융소비자국장, 구조개선정책관, 디지털금융정책관, 기획조정관 등 국장급 인사가 연쇄적으로 단행될 수 있다. 일부 과장직도 현재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후속 인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인사도 다음 달 초 단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정감사 직후에 (인사를) 진행하려고 한다”면서 “업무 연속성 관련 부분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금감원은 소비자보호기능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 쇄신을 준비 중이다. 개편안 골자는 소비자보호처, 은행, 증권, 공시조사, 검사, 민원, 기획 등 큰 틀로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국감 직후인 11월 초 인사가 점쳐졌으나, 대규모 조직 쇄신과 맞물려 당초 예상보다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규모 조직 개편이라 관련 부서 의견 수렴 등이 필요해 (11월 초보다는) 조금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11월을 목표로 했으니 12월 중에는 하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이세훈 수석부원장의 유임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부원장 일부 교체와 내부 승진 인사가 병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수석부원장이 소비자보호총괄본부를 직접 이끌며 제재심의위원장과 분쟁조정위원장을 겸직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15곳 기관장 촉각…“불확실성 사라져 속도 날 것”
금융권은 금융당국 인사를 예의주시 중이다. 수장이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가 임박한 금융 유관기관 인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금융정책 라인을 가늠할 기점이기도 하다.
현재 하반기까지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기관은 최대 15곳에 달한다. 한국수출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금융결제원, 신용정보협회, 여신금융협회,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8곳의 대표 임기가 이미 만료된 상태다. 다음 달에는 예금보험공사와 보험개발원, 12월에는 금융투자협회와 보험연구원의 수장 임기가 끝난다. IBK기업은행과 한국신용정보원은 내년 1월, 한국예탁결제원은 내년 3월까지가 임기다. 
예보와 신보 등은 차기 사장 선임을 위한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했지만, 후속 절차는 밟지 못하고 있다. 통상 이들 기관장은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고위직 출신이 맡아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1급 인사가 마무리됐고, 조직개편 방향이라는 가장 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연말까지 대규모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임기가 만료되고도 자리를 지키던 공기업, 협회장들의 연쇄 이동도 속도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종 인선까지 변수는 남아 있다. 이 대통령이 공공기관에 대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고 지적한 후 신보와 기보, 한국주택금융공사와 HUG의 통합 운영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지난 8월2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기관 통폐합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별도 지시를 했다”며 “통폐합 문제를 별도로 다룰 태스크포스(TF)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정책금융기관 간 업무가 겹치고 재원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만큼, 어느 기관이 칼끝에 설지 주목된다. 
실제 추진은 쉽지 않다는 시선도 있다. 역대 정부마다 업무 중복과 비효율을 문제 삼았지만, 부처 간 이해 충돌과 노조 반발, 지역 민원, 일자리 축소 논란 등 현실적 장벽을 넘지 못해 번번이 좌초됐다. 2019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통합 논의는 수은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관마다 소관 부처가 제각각이고, 지역별 이해관계와 국회 동의 같은 정치적 변수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통합)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