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생산적·포용 금융을 강화하는 가운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동양·ABL생명 인수 효과와 순영업수익 증가에 힘입은 결과로, 금융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위한 추진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를 주도한 임종룡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3분기 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6% 상승한 1조2444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9758억원)를 크게 상회한 수치다. 2001년 지주 출범 24년 만에 처음으로 밟은 ‘분기 순익 1조’ 고지이기도 하다. 3분기 누적 순이익(2조7965억원)도 역대 최대다.
순영업수익 성장과 보험사 인수효과가 맞물리며 실적성장을 이끌었다는 게 우리금융의 설명이다. 지난 8월 정식 편입된 동양생명·ABL생명의 시너지로 3분기 그룹 비이자이익은 5550억원을 기록했고, 약 5560억원의 염가매수차익도 발생했다. 실제로 방카슈랑스 판매에서 동양·ABL 비중은 3개월간 약 13%포인트(p) 상승한 22.5%를 기록했다. ROE(자기자본이익률)도 10.87%로 전분기 대비 1.74%P 상승하며 수익성이 한층 개선됐다.
계열사별 실적은 고르게 성장했다. 우리은행은 3분기 7360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체의 59.2%를 차지했다. 우리금융캐피탈(1153억원)과 우리카드(1061억원) 등도 1000억대 순익을 기록했다. 이번 분기부터 새로 편입된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각각 140억원, 388억원의 순익을 보탰다.
탄탄한 자본관리 역량도 입증했다. 주주 환원 여력과 직결되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92%를 기록했다. 환율 상승과 M&A에 따른 자본 부담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분기 대비 약 10bp(0.1%p) 상승하며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산리밸런싱 등 자산구조의 질적 개선 노력으로 보통주비율이 13% 수준에 근접하며 그룹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은 단기 실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이를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금융의 사회적 역할 강화로 이어가고 있다. 임종룡 회장은 ‘이자 장사’라는 비판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로 ‘미래동반 성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총 80조원을 투입해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부응하고, 첨단산업 투자 기반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80조원을 △생산적 금융(73조원) △포용금융(7조원)으로 구분해 투입한다. 먼저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 규모를 투자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보고대회에서 국민성장펀드 150조원을 제시한 이후 민간 첫 추진 사례다.
AI, 바이오, 방산 등 10대 첨단 전략산업에도 자금을 집중 공급한다. 특히 첨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모험자본 투자금을 확대하고, 초기 스타트업부터 스케일업, IPO 등 성장단계별 맞춤형으로 5년간 총 1조원의 모험자본 공급에 나선다.
우리금융이 투자비를 대폭 늘린 것은 정부 기조에 발을 맞추는 동시에, 이자 수익에만 의존하던 기존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임 회장 역시 “여신과 이자수익이 아닌 투자를 통한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취약계층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포용 금융에는 7조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다. △서민금융대출 등 상생금융 확대 △상생·보증대출 재원 출연 등 소상공인 금융지원 △배드뱅크 지원 등 정부 연계사업이 지원 대상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포용금융으로 연간 11만명씩 5년간 총 55만명의 소상공인이 혜택 볼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이번 프로젝트의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 경영 시스템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자회사 성과 평가(KPI)에 생산적·포용 금융 배점을 최대 30%까지 신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기업여신 프로세스 전반에 AI를 도입한다. 서류 등록부터 심사 지원, 사후관리까지 AI가 지원한다. 은행 내 투자전담 심사조직 신설과 그룹 신용평가모형 고도화도 추진 대상이다.
임종룡 회장, 리더십 입증
호실적과 미래 성장 전략이 맞물리면서 임 회장의 리더십도 재평가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종합금융그룹의 발판을 마련하고 사상 최대 실적까지 이뤄낸 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 개시를 공식화했다. 향후 2개월여 논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이강행 임추위 위원장은 “공정성과 독립성을 원칙으로 위원 간 충분한 논의와 면밀한 검증을 거쳐 경영 승계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정권 교체기마다 금융지주 권력 지형도를 재편한 ‘관치 금융’ 그림자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대거 교체된 전적이 있다. 다만 임 회장은 첫 임기를 마무리하는 국면인 만큼 과거처럼 3연임 도전자가 연이어 물러났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당시 금융당국의 인사 개입이 순탄치 않았던 점도 참고 요인이다. 윤 정부 시절 금융당국이 금융사 대표 인선 관련 발언으로 비판받은 전례를 감안하면, 새 정부가 같은 길을 걷긴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 회장의 경우 종합금융으로 발돋움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내는 등 경영성과가 확실하다”며 “실용주의를 내세운 새 정부 기조를 감안할 때, ‘관치’ 논란을 자초하기보다 성과를 낸 현직 회장의 연임에 무게를 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