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HD현대중공업, ‘美 함정시장 진입’이 갖는 의미는

통합 HD현대중공업, ‘美 함정시장 진입’이 갖는 의미는

기사승인 2025-11-04 16:53:59
HD현대중공업이 대한민국 해군에 인도한 장보고-Ⅱ 잠수함 '윤봉길함'.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이 다음달 1일 통합 법인으로 공식 출범함에 따라 방산 분야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HD현대미포가 보유한 중형 도크 및 설비에 HD현대중공업의 안정적인 함정 건조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미국과의 협력 과정에서 요구되는 ‘K-방산 역량’이 극대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지난 10월 개최된 임시주총에서 ‘합병계약 체결 승인’을 받고 사업재편 계획을 밝혔다. 그룹 측은 다변화하는 조선업 여건 속에서 자원과 역량을 결집함으로써 글로벌 절대적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합병의 핵심은 ‘군함 신조과 해외 MRO 수요 대응’이다. 군함은 억제력·동맹 상호운용성·산업기반 강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핵심 매개’이기 때문에 미국-조선 협력에서 전략적 중심축으로 작용한다. HD현대중공업은 함정건조에 최적화된 설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작업부하가 적은 HD현대미포의 설비와 인력을 활용, 함정건조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합병은 HD현대중공업이 HD현대미포를 흡수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합병비율은 HD현대미포 보통주 1주당 HD현대중공업 신주 0.406주로 결정되었으며,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이 신주를 발행해 HD현대미포 주주들에게 1주당 0.406주의 신주를 배정할 예정이다. 합병 후 지분 구조는 HD현대중공업 기존 주주가 약 86%를 보유, HD현대미포 주주는 약 14%의 지분을 갖게 되면서, 기존 정기선 회장의 지분율은 큰 변동 없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 관계자는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미 해군 함정신조 및 MRO 사업 확대, 미조선소 기술 전수 및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사업 기회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며 “평시에 상선으로 활용되다 전시 상황에서 군수 물자와 유류 수송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안보 상선단 20척, 전략물자 수송용 예비함대로 PCTC 10척 등 발주 계획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도 이번 합병을 통해 HD현대그룹의 방산 부문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 미포의 4개 도크 중 2개를 특수선과 방산 도크로 재활용할 것”이라며 “방산 도크가 일부 빠지더라도 조선 부문 매출은 유지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더욱이 미포의 실제 건조 여력은 연 70척으로 최근 45척도 짓고 있어 확장 여지는 충분하다”고 전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도 인프라 측면에서 방산 생산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여유가 충분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 연구원은 ”HD중공업은 방사청 인증을 전 함종별로 획득한 상황이고, 미국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을 보유 중이라 MRO 수요에 대응하기 적합할 뿐 아니라 해양의 유휴 부지와 설비를 활용할 수 있다”며 “HD현대 미포의 경우 중소형 도크와 설비를 통해 크기 측면에서 함정 건조에 적합하다”고 기존 각 사의 강점 요소를 분석했다.

합병 완료 이후 HD현대는 그룹 차원에서도 미국 현지 투자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APEC CEO 서밋 포럼’에서 마스가 관련 미국 투자 사업 방향에 대해 “협력 과정에서 현지 조선소 인수를 포함해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며 ”미국에게 있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준비된 파트너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의 미국 협력 확대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9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 측과 한국 기업 주도 투자 추진에 합의했다. 한미는 3500억달러 투자액 가운데 1500억달러의 마스가 프로젝트 투자금을 RG(선수금 환급보증)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RG는 조선소가 선주로부터 선박 건조 계약에 따라 선수금을 받았는데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경우 은행이 선수금을 대신 돌려주는 보증 방식이다.

업계는 이번 합병으로 생산 효율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지스함 기준 미국 대비 우리의 건조 비용은 절반 수준이고 건조 기간은 1/3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합병 시 수익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