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내부 비리와 강구영 전 사장 관련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KAI와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비리 여부를 넘어, 공기업식 경영체계의 한계를 둘러싼 구조개편 필요성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박 의원은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KAI 사업 추진 관련 내부 비리 및 전 사장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KAI 측은 30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정면 반박하고, 의혹들에 대한 사실 관계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쟁점의 핵심은 △해외 수출 사업 과정에서 부실 관리 및 비자금 조성 의혹과 △강구영 전 사장에 대한 특혜 논란이다.
박 의원은 “이라크에 다목적 헬기 8대를 수출했는데 제작이 지체되자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로 소방청 헬기 2대를 이라크에 수출했으며, 선수금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AI는 “선수금은 이라크 정부가 은행 신용장에 입금했다. 자금 인출을 위한 행정 절차 진행 중”이라며 반박했다.
또 박 의원은 KAI 내부 비리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다. 시장 평가액이 낮고 기술력이 없는 업체에 대해 비합리적 지분 투자를 단행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KAI가 내부 결탁 등으로 불법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KAI는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 투자 절차는 사내-외부 심의 절차로 다중 통제가 이뤄지고, 법인 계좌로만 집행돼 자금 유출이나 비자금 조성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박 의원은 강 전 사장이 퇴임 후 받는 자문료가 업무상 배임 및 횡령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AI 관계자는 “강 전 사장의 자문역 선입 및 보수 지급은 정상적이었다”면서 “퇴임 당시 총연봉 기준 약 40%으로 동종 업계 타사 임원 대비 하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도 이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은 있다. 곽상훈 KAI 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퇴직 자문료 제도는 3년 중 중도 해임된 임원에게 최대 2년을 보장하는 취지였지만, 퇴직 임원에 대한 과한 보상 제도로 변질됐다”며 “본래 취지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식 해명에도 불구하고 KAI 내부에서는 ‘비리 몰이식 주장으로 조직 전체가 불신을 받게 됐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KAI 구성원은 “이라크 수리온 수출은 회전익 계열 첫 수출이라는 상징성이 컸다”며 “당시 수출 성과나 속도에만 목을 매는 분위기가 생겨 선수금이 후순위가 돼버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닥터헬기나 공군사관학교 훈련기 납품 건은 적자임에도 정부 지시에 따라 참여했다”며 “공기업화된 논리에 따라 불가피하게 떠맡겨진 사업들이 있었음에도, KAI 전체가 비리 온상이자 국고만 축내는 기관으로 치부하는 주장에 구성원들은 답답해하는 분위기”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낙하산 인사로 꾸려진 구조상, 합리적 경영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정부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비리 의혹을 넘어 KAI의 ‘공기업형 경영체계’가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진호 전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은 “정권 교체 때마다 낙하산 인사가 반복돼 내부 경영 차질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도 위기가 된다”며 “조속한 민영화를 위해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서주시길, 경영 혁신 방안도 수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