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탈관료’ 바람…내부 출신 기업은행장 나오나

이재명 정부 ‘탈관료’ 바람…내부 출신 기업은행장 나오나

기사승인 2025-11-08 06:00:11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IBK기업은행의 차기 행장 인선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재부 힘빼기’ 기조 속 내부 승진이 대세로 굳어질지, 내부통제 쇄신을 위한 외부 인사가 발탁될지 전망이 엇갈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산업은행을 시작으로 국책은행장 인사에 내부 출신 기용 기조가 이어지면서 ‘관료 낙하산 인사’ 관행이 깨지고 있다.

지난 9월 산업은행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앙대 법대 동문인 박상진 회장이 임명되며 역대 최초의 내부 출신 행장이 탄생했다. 이어 수출입은행도 지난 5일 황기연 상임이사를 23대 행장으로 임명했다. 황 행장 역시 1990년 입행해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친 정통 ‘수은맨’으로, 전임 윤희성 행장에 이은 두 번 연속 내부 발탁이다.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은 수장이 모두 내부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이번이 최초다. 산은과 수은 수장은 각각 금융위원장과 기획재정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지금까지는 기재부·금융위 관료 출신들이 사실상 독식해왔다. 이번 인사는 새 정부의 ‘탈(脫)모피아’ 기조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기업은행 역시 내부 출신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현재 기업은행은 내년 1월 기관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장 선출은 별도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성태 현 행장의 경우 재임 기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내부 신망이 두텁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역대 연임 사례가 두 번에 불과해 교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유력한 내부 후보로는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가 꼽힌다. 기업은행 전무 자리는 차기 행장에 도전하기 위한 요직으로, 김 행장 역시 과거 전무를 역임했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와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 또한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이들 모두 기업은행에 입행해 은행 내 핵심 부서들을 두루 거친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기업은행 노동조합 역시 최근 성명을 내고 ‘보은 인사’를 강력히 반대했다. 노조는 “기업은행장 자리를 대선 전리품처럼 나눠 먹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만약 현 집권 세력이 윤석열 정권에서 만연했던 함량 미달 측근 임명, 보은 인사를 답습한다면, 금융산업 전체 노동자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외부 인사가 중용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역대 행장 중 내부 출신은 김 행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하며, 정권과 코드가 맞는 관료 출신이 발탁돼 왔다. 특히 올해 초 터진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변수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성태 행장을 상대로 사고 축소 보고 의혹을 지적하며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조직 쇄신과 대외 신뢰 회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외부 인사가 중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외부 인사 중에서는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초기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관련 사정에 밝은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 행장이 내부 전무 출신이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내부 승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면서도 “결국 정부가 결정하는 일이니 12월이 돼도 최종 인선은 안갯속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12월 중순에서 말경 최종 인선이 발표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예보, 신보 등 줄줄이 14곳의 인선이 대기 중”이라며 “이번 기업은행장 인선 결과가 향후 남은 금융 공기업 인사의 방향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