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갑작스러운 통증이 느껴지거나 숨쉬기가 불편해지면 단순히 ‘피곤해서 그런가?’하고 넘기기 쉽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반복되거나 계속된다면 ‘기흉’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젊고 마른 체형의 남성에게 자주 발생하며, 흡연자의 경우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방치하면 호흡 곤란은 물론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기흉은 쉽게 말해 '폐에 구멍이 나서 공기가 새는 병'이다. 폐 속 공기가 새어 나와 폐를 감싸고 있는 흉강(가슴 안 공간)에 공기가 차게 된다. 정상 상태에서는 흉강에 폐가 꽉 차 있어 빈 공간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 공기가 차면 폐가 압박을 받아 쪼그라들고, 그 결과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기흉은 크게 자발성 기흉과 이차성 기흉으로 나눌 수 있다. 자발성 기흉은 폐 질환이 전혀 없던 건강한 젊은이에게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다. 보통 폐의 윗부분이 약해져서 얇은 공기주머니(폐포낭)가 생기고 이 공기주머니가 터지면서 공기가 새어 나온다. 키가 크고 마른 10~30대 남성에게 특히 흔한데, 정확한 기전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급격히 자라는 시기에 폐가 몸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구조적으로 약해지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이차성 기흉은 폐결핵, 폐기종, 만성폐쇄성폐질환 같은 기저 폐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생긴다. 주로 노년층에서 발생하며, 이미 손상돼 약해진 폐 부위가 터지면서 생긴다. 흡연은 폐를 약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으로, 기흉 위험을 급격히 높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여성의 경우 드물지만 ‘월경성 기흉’이 있다. 자궁내막증으로 자궁내막 조직이 폐에 생겨, 월경 주기마다 폐 조직이 손상되면서 기흉이 반복되는 것이다. 폐 질환도 없고 담배도 안 피우는데 기흉이 계속 재발한다면 월경성 기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기흉의 대표 증상은 가슴 통증과 호흡 곤란이다. 폐의 일부가 갑자기 쪼그라들면서 날카로운 가슴 통증, 숨이 차는 느낌, 가슴 답답함 등이 나타난다. 다만 새어나온 공기량이 적으면 증상이 거의 없어서 건강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되기도 한다.
진단은 주로 흉부 엑스레이로 이루어지며, 필요한 경우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숨겨진 작은 기흉이나 유착 부위를 확인한다. 특히 공기가 너무 많이 차서 심장까지 눌리는 ‘긴장성 기흉’은 혈압이 떨어지거나 심정지로 이어질 수 있어 즉각적인 응급 처치가 필요하다.
치료는 비수술 방법과 수술로 나뉜다. 새어 나온 공기가 흉강의 25% 미만을 차지하는 작은 기흉이라면 고농도 산소 치료만으로 새어 나온 공기가 자연스럽게 흡수되면서 회복된다. 하지만 공기량이 많거나 호흡 곤란이 있으면 ‘흉관 삽입술’로 흉강 내 공기를 빼준다.
문제는 재발이 잦다는 점이다. 기흉은 첫 발생 후 30~50%가 다시 재발한다. 따라서 재발이 잦거나 공기가 지속적으로 새는 경우 흉강경 수술로 약해진 폐 부위를 절제하고, 필요하면 ‘흉막유착술’을 병행하여 폐와 흉벽을 붙여 재발을 방지한다. 다만 흉막유착술은 향후 재수술을 어렵게 만들 수 있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수술이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재발 위험을 최대한 낮추는 치료라고 보면 된다. 일반적으로 수술 후 재발률은 10% 이하로 떨어지지만, 담배를 계속 피우면 다시 30~50% 수준까지 올라간다.
폐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단연 금연이다. 담배는 폐포벽을 손상시켜 공기 주머니를 만들고, 이미 생긴 기흉의 회복도 방해한다. 또한 폐결핵·폐기종 같은 기저 폐질환이 있다면 철저한 관리와 정기 진료가 필수다. 기흉을 한 번 겪은 사람은 가슴 통증이나 호흡 곤란이 느껴지는 즉시 응급실을 찾아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건강팁]
△폐 건강을 위해 금연 실천
△폐결핵·폐기종 등 기저 폐질환의 꾸준한 관리
△흉통·호흡 곤란 시 즉시 진료
△수술 후 재활 및 폐 기능 회복 운동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