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투톱’인 KB·신한금융이 각각 110조원의 생산적·포용금융 계획을 내놨다. 미래 국가경제를 이끌어갈 전략산업 육성과 생태계조성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다. 이로써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농협)이 향후 5년간 공급하는 생산적·포용금융 자금 규모는 500조원에 달한다.
‘라이벌’ KB·신한, 110조원 통 큰 지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2030년까지 110조원을 생산적·포용금융 분야에 공급한다. 투자금융 25조원과 전략산업융자(기업대출) 68조원으로 공급한다. 투자금융부문은 △국민성장펀드 10조원 △그룹 자체투자 15조원으로 구성됐다. 전략산업융자의 경우 첨단전략산업 및 유망성장기업 등에 자금을 공급한다. 포용금융 17조원은 서민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성장과 재기지원, 자산형성을 돕는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쓰인다. KB금융은 ‘그룹 생산적금융 협의회’(계열사 사장단 포함 경영진 21명 참여)를 통해 생산적·포용금융 세부 실행방안을 논의하고 주기적으로 실적을 점검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 전환 정책에 동참하기 위해 국가 산업육성 관점에서 대출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계열사의 부동산 금융 영업조직을 축소하고 기업·인프라 금융 영업조직을 확대하는 개편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도 110조원 규모의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같은 날 밝혔다. 생산적 금융으로 국가 산업의 혁신 역량을 키우는 데 93조~98조원을 지원한다. 국민성장펀드 투자 10조원, 그룹 자체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투자 10조~15조원, 그룹 자체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기반 대출 72조∼75조원 등이 투입된다. 서민·소상공인·자영업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신용 회복과 재기를 위한 12조~17조원 규모의 포용금융에도 나선다. 생산적 금융을 위한 그룹 통합 관리 조직인 ‘생산적 금융 PMO’도 꾸렸다. 주요 자회사가 참여하는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부동산 중심의 금융구조를 혁신하고 금융의 본질을 강화해 산업 전환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며 “실물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초혁신경제 프로젝트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금융 선도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발 주자’ 하나·우리·농협…지방은행도 ‘지역 특화’
이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5대 금융그룹이 투입하는 생산·포용금융 규모는 508조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9월 우리금융 80조원에 이어 하나금융이 100조원, NH농협금융이 108조원의 생산적·포용금융 계획을 내놨다.
우리금융은 지난 9월 5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생산적 금융 73조원, 포용금융 7조원 등 총 80조원 투입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성장펀드 10조원, 자체 투자 7조원, K-Tech 19조원, 지역 첨단산업 16조원, 벤처 11조원, 수출기업 7조원 등 총 56조원의 융자를 세분화했다. 지주 차원의 ‘첨단전략산업금융 협의회’, 은행 내 전담조직도 신설해 리스크를 상시 점검할 계획이다.
이후 하나금융이 100조원(생산적 금융 84조원, 포용금융 16조원)의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국민성장펀드 10조원에 선제적으로 참여하면서 모험자본 2조원, 민간펀드 결성 6조원, 첨단산업 1조7000억원, 지역균형 3000억원 등 자체 투자와 더불어 기술기업·수출 중소기업 대상 대출(50조원), 공급망 강화 금융(14조원)을 병행한다.
NH농협금융도 108조원(생산적 금융 93조원, 포용금융 15조원) 규모의 ‘NH 상생성장 프로젝트’를 내놨다. 93조원은 생산적 금융, 15조원은 포용 금융으로 편성했다. 회장 직속 ‘생산적금융특별위원회’를 신설해 이찬우 회장이 직접 추진 상황을 관리할 예정이다. 모험자본·투융자·국민성장펀드 등 3개 분과를 중심으로 첨단산업·지역산업 지원도 확대한다. 아울러 농업기업을 위한 전용 펀드 조성 등 농업금융 역할을 강화한다.
지방 금융지주사들도 지역특화 산업 육성과 벤처 투자 확대를 중심으로 생산적 금융 계획을 내놨다. BNK금융지주는 ‘생산적금융협의회’를 신설하고 AI 기반 심사체계를 도입한다. 해양, 방산 등 지역특화산업 육성에 나서며, 1호 사업으로 부산 다대포 해상풍력단지 투자를 추진한다. iM금융지주는 ‘생산적금융 협의회’를 발족했다.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 투자 프로젝트를 발굴한다. 스타트업 보육센터 ‘피움랩(FIUM-LAB)’ 운영 등 비금융 지원도 확대한다. JB금융지주는 ‘JB 생산적 금융 협의체’를 중심으로 전북·광주·전남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공급을 늘린다. 아울러 비은행 계열사를 통해 벤처 및 혁신 스타트업 지분투자를 추진한다.
다만 기업대출 증가에 따른 건전성 관리는 숙제로 남아있다. 저성장·고금리 장기화로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가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말 요주의여신 총액은 18조3490억원에 달한다. 4대 금융지주 합산 통계가 시작된 2019년 1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요주의여신은 3개월 미만 원리금 상환이 연체된 잠재부실 채권을 의미한다. 부실 감당능력 지표인 단순평균 NLP커버리지비율은 1년 새 18.5% 급락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부응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 금융 비중이 늘어나면 금융권의 연체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성장 지원과 리스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세밀한 여신 심사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