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각장애인 셀프체크인, 3년째 제주항공 ‘전용’…내년 의무화 앞두고 확대되나 

[단독] 시각장애인 셀프체크인, 3년째 제주항공 ‘전용’…내년 의무화 앞두고 확대되나 

공항공사 “기기 준비됐지만, 연동은 항공사 몫”
보건복지부, 내년 1월 28일까지 접근성 편의 제공 의무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티웨이항공·이스타항공 등 연동 준비 중 

기사승인 2025-11-12 11:00:10
김포공항 국내선에 설치된 시각장애인 교통약자용 셀프체크인 기기. 김수지 기자  

 

“교통약자용 셀프체크인입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현재 제주항공만 이용 가능합니다.”

김포공항 국내선에 설치된 ‘교통약자용 셀프체크인’ 기기 앞에 서면 가장 먼저 들리는 안내다.

한국공항공사가 지난 2022년 5월 ‘국내 최초 시각장애인용 셀프체크인’을 도입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시각장애인 승객이 선택할 수 있는 항공사는 제주항공 한 곳뿐이다.

시각장애인용 셀프체크인 기기는 점자 패드와 음성 안내를 통해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좌석을 선택하고 탑승권을 발급할 수 있도록 돕는 장비다. 다만 사용을 위해서는 각 항공사의 발권 시스템과 연동이 필요하다. 공항공사는 도입 당시 제주항공과 먼저 연계해 제주항공 이용 시각장애인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이후 “다른 항공사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확대 계획은 3년째 제자리다.

공항공사는 확대가 늦어진 배경으로 항공사의 시스템 연동 문제를 들었다. 공사 측은 쿠키뉴스에 “시각장애인용 셀프체크인 기기에서는 항공권 조회 등의 기능이 필요해 각 항공사가 구현한 사이트가 있어야 한다”며 “항공사마다 개발 일정이 달라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즉, 설비는 갖춰져 있지만 연동 작업이 진행되지 않아 사용이 제한되는 구조다.

최근 정부는 키오스크 접근성과 관련된 법적 기준을 강화했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모든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는 내년 1월 28일까지 장애인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설치·운영하는 사업자는 음성 안내 장치, 접근성 UI 등 법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과태료 부과, 민형사상 책임까지 발생할 수 있다.

김포공항 외 지방공항에도 교통약자용 셀프체크인 기기가 설치되어 있다. 한국공항공사 


항공사들 “연동 개발 중”, 개정안 시행에 발맞출 듯 

제주항공은 현재 시각장애인용 셀프체크인 서비스를 실제 운영 중인 유일한 항공사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2022년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한국공항공사와 함께 국내 항공사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무인 항공권 발급기를 도입했다”며 “교통약자 항공 여행 편의를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제주항공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외 항공사들의 준비 상황은 제각각이지만, 정부와 공사의 조치에 발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사용 중인 키오스크 애플리케이션 공급사와 시스템 연동을 추진 중이며, 관련 담당자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도 연동 개발이 막바지 단계라고 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020년부터 교통약자용 키오스크 시스템 도입을 추진해 왔으며, 내년 1월 말 상용화 도입을 목표로 최종 개발 및 연동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전했다. 공항공사와의 협의에 대해선 “연동 요청은 2022년에 처음 접수됐다”며 “새로운 키오스크 환경에 맞춰 시스템을 개발하고 표준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은 내년 1월28일까지 연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현재 설계를 마무리하고 키패드 기반 내비게이션 기능을 개발 중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사안과 관련해 올해 여름쯤 처음 연락받았다”고 했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도 “해당 사안을 파악하고,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공항공사 측과 협력해 조율 중인 상태다”라고 말했다. 진에어 관계자 또한 “현재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라며 공항공사와의 협의 경과에 대해 “올해 8월 공항공사로부터 정식 공문을 접수한 뒤 개발을 시작했다”고 짚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용 셀프체크인 기기가 도입된 2022년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항공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운항 자체가 멈추고 있던 터라 셀프체크인 기기까지 챙길 인력, 여력이 부족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 도움은 ‘서비스’, 키오스크 접근성은 ‘권리’

반면 시각장애인 단체는 이 상황을 선택권 제한이자 접근성 차별이라고 지적한다. 이연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사무총장은 “공공 예산으로 설치된 기기를 특정 항공사만 사용하는 상황은 적절하지 않다”며 “직원의 도움을 받아서 할 수 있지 않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직원의 도움은 서비스일 뿐이고 키오스크 접근성은 권리”라고 강조했다.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대체 서비스를 이유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사무총장은 내년 시행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언급하며 “제품과 서비스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시각장애인의 키오스크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