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가 최근 보험업계 전반의 손해율 상승은 지난 몇 년간 이어진 ‘출혈 경쟁’의 후폭풍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는 14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2년 하반기부터 올해 4월 ‘무해지보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전까지 업계 전반에서는 과도한 출혈 경쟁이 벌어졌다”며 “이 과정에서 적자 가능성이 높은 상품과 담보 판매가 집중됐고, 특히 GA(독립보험대리점) 채널에서 경쟁이 매우 치열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 시기 공격적 영업으로 GA 시장을 중심으로 전체 보험 시장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현재 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손해율 상승은 그때의 과열 경쟁이 남긴 후폭풍으로, 당분간 손해율 상승의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메리츠화재는 지난 2~3년간 무리한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가치 총량 극대화’ 원칙을 바탕으로 상품 구성과 영업 전략을 운용해 왔다”며 “이 때문에 일시적으로 매출과 시장점유율(MS)이 줄어드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러한 경험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리츠화재는 내년 이익 성장을 자신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대표는 “보험손익은 적자 상품을 과감히 제외하고 흑자 상품군 중심으로 프라이싱(가격 책정)과 언더라이팅(인수 심사)을 정교화하고 있다”며 “투자 부문도 단기 손익보다는 중장기 수익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운용자산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시장 성장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해외 시장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며 “아직은 시장별 특성·진입 옵션·장기 수익성을 검토하는 초기 단계지만,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기회를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 회생 절차와 관련해서는 메리츠그룹에 미칠 재무 영향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오종원 메리츠금융그룹 CRO는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며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메리츠그룹이 보유한 채권은 충분한 부동산 담보가 확보돼 있어 매각 진행 여부와 무관하게 원리금 회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난해 5월 홈플러스에 총 1조2167억원의 선순위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메리츠증권이 6551억원,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2808억원을 각각 부담했다. 지난 7월 홈플러스 신내점 매각이 완료되면서 매각 대금은 메리츠그룹이 보유한 채권 상환에 사용됐고, 이에 따라 익스포저는 915억원 줄어 1조1652억원으로 축소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상증자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국내 시장에서는 무분별한 유상증자로 인해 투자자들 사이에 부정적 정서가 형성됐고, 유상증자 발표 시 주가가 급락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주가 급락 이후에도 고평가를 유지하려면 기업의 내재가치 대비 상당한 고평가가 있어야 하지만, 메리츠는 아직 저평가 상태여서 현 시점에서 유상증자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는 내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새로운 AI 기반 트레이딩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단순 금융정보 제공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들이 소통하고 지식을 교류하는 투자 커뮤니티 역할을 할 것”이라며 “AI가 실시간으로 글로벌 콘텐츠를 추천·요약·번역해 전 세계 투자 인사이트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개인 맞춤형 금융 조언을 제공하는 AI 기반 프라이빗뱅킹(PB) 파트너로 확장해 새로운 투자 문화를 여는 사례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주가가 크게 오른 상황에서도 지난 3년간과 동일한 50%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주가가 많이 상승했지만 예상 주당순이익(EPS) 역시 빠르게 늘어나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과 세후 내부투자 수익률의 상대적 매력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M&A(인수합병) 등 대규모 투자로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50% 환원 정책이 일시적으로 조정될 수 있다”며 “현재 구체적으로 검토 중인 M&A는 없으며, 관련 사안이 발생하면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