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제재를 앞둔 은행권에 ‘과징금 감경’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당국이 과징금 산정 기준을 개편하면서, 당초 우려했던 조단위 규모보다 제재 수위가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른 과징금을 최대 75%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감독규정을 개정했다. 금소법 시행 후 수입 등을 기준으로 한 과징금 산정 방식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처다.
이번 개정안은 금소법 위반행위가 다양하다는 점을 반영해 별도의 과징금 기준 체계를 마련한 것이 핵심이다. 금융사가 위반행위로 거둔 부당이득이 크면 초과분을 가중화되, 소비자 피해 예방 노력이나 자체 배상·수습 노력이 인정되면 최대 50%까지 감경이 가능하도록 했다. 감경 기준이 교차 충족하면 총 감경폭은 기본과징금의 최대 75%까지 조정이 가능해진다.
또한 상품별로 모호했던 부과 기준을 일괄 거래금액(예금액·대출액·투자액·보험료 등)으로 명료화했다. 과징금 부과 기준율도 위반행위 중대성에 따라 △약함(1~30%) △중대(30~65%) △매우 중대(65~100%)로 세분화했다.
금융당국은 개편된 제재 틀을 고려해 조만간 홍콩 ELS 불완전판매 과징금을 최종 산정할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개편된 기준이 적용될 경우 실제 과징금 규모가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2021년 초 이후 판매 물량을 중심으로 지수 하락과 3년 만기 도래에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맞았다. 판매액은 은행별로 KB국민은행 8조1972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우리은행 413억원이다.
현재까지 제재심 관련 사전통지서 송부는 이뤄지지 않았다. 취재 결과 20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우리은행 모두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사전 통지서를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적인 제재 절차는 ‘사전 통보→제재심의위원회→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 의결’ 순으로 진행된다. 이를 고려하면 빨라도 내년 1분기에나 최종 과징금 규모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제재 일정은 미정”이라면서도 “연내 마무리하려는 의지가 강한 만큼, 늦어도 내년 초쯤에는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징금 규모와 관련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과징금과 과태료 부과가 모두 가능하다”면서도 “최근 마련된 새로운 부과 기준을 적용하면 전체적인 제재 규모는 줄어드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은행권은 조심스레 안도하는 분위기다. 당초 천문학적인 과징금이 예상됐으나, 자율 배상 노력과 정부의 금융 정책 기조가 참작될 것이란 관측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거론되던 조 단위 과징금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자본 여력과 그간의 자율 배상 노력을 감안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 기조와 맞물린 선처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소비자 합의가 원만한게 진행된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면서 “무엇보다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 기조에 발맞춰 온 점을 당국이 참작해 줄 것으로 보여,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불복 소송’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전 통지 이후에도 제재심과 증선위 등 2~3차례의 소명 기회가 남아있다”며 “최종 확정까지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당장 소송을 거론하기보다 절차에 따라 충실히 소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정말 필요하다면 소송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아직 받지 못한 시험지(사전 통지서) 결과를 우리가 스스로 채점하는 것은 출제자인 당국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지금은 최대한 숨죽이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