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1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오는 27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무게추가 기우는 분위기다. 147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 부담과 여전한 부동산 시장 불안이 한국은행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오른 1475.6원에 마감했다. 장중 1476.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1470원대 환율은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했던 4월9일(1484.1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 급등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우선 간밤 기술주 중심의 ‘AI 거품론’이 확산하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졌고, 외국인 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이 가속화됐다. 여기에 미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19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위원은 12월 기준금리 동결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셧다운’(미국 정부 일시 중단) 여파로 10월 고용보고서 발표 등이 취소되자, 시장은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기존 100%에서 30% 수준으로 대폭 낮췄다. 월간 고용보고서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핵심 근거다. 경제 지표가 안갯속에 빠지자, 당장 다음 달 열릴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엔화 약세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확장 재정 정책 우려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57.7엔까지 상승(엔화 가치 하락)해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화는 통상 엔화와 동조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엔저 현상은 곧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 요인으로 환율 레벨이 상승한 만큼 다음 상단은 전고점인 1480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달러 강세폭 대비 원화 약세 압력이 이미 누적된 만큼 상단에 가까워질수록 당국의 개입 경계감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오는 27일 한국은행 금통위에 쏠린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해 시장 예상을 깼고, 올해 상반기에는 ‘퐁당퐁당 금리 인하’에 나서며 경기부양과 금융안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주력해왔다.
시장에서는 ‘11월 동결론’이 힘을 받고 있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1.50%p(상단 기준)에 달한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나홀로 인하’에 나설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게 시장의 우려다.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은 여전히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9% 상승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꺾이지 않은 것이다. 지난달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금리 동결이 결정된 이유도 집값이었다. 한 금통위원 역시 당시 회의에서 “현시점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의 상승 기대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창용 “방향 전환” 시사…경제성장률 전망도 변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 역시 동결론에 힘을 싣는다. 이 총재는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완화적 통화 사이클 유지가 공식 입장이지만,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방향 전환(even the change of direction) 여부는 새로운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시장은 이를 ‘금리 인하 기조의 종료’ 가능성으로 해석했고, 인터뷰 공개 직후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3.3%대까지 치솟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공식적으로 기준금리 인하 기조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내 국채금리 급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약화로 국채 선물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커지고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오는 27일 발표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지난 3분기 성장률이 1.2%를 기록하면서 한은이 연간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기 부양을 위한 급격한 금리 인하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수정 전망치의 수준이다. 한은이 2%대 등 대폭 상향된 전망치를 내놓는다면 추가 금리 인하 명분은 약해진다. 반면 KDI 전망치인 1.8% 수준이라면, 이 총재가 올해 저성장에 따른 마이너스(-) GDP 갭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시장 반응이 달라질 전망이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11월 금통위는 현 수준 2.50%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최근 이창용 총재의 외신 인터뷰에서 정책 전환 가능성 관련 발언이 나왔기에 판단의 근거에 대한 재확인이 필요한 금통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