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여당의 불참 속에 진행됐다. 추도식에 참석한 정치권 인사들은 통합과 포용을 강조한 ‘김영삼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21일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유족들과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현재 아프리카와 중동을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강 비서실장이 대독한 추도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의 투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엄혹했던 군부 독재의 긴 겨울을 끝내고 문민의 봄을 불러왔다”고 짚었다.
이어 “낡은 질서를 과감히 깨뜨리고 새로운 도약의 길을 연 시대의 개혁가”라며 “불의에 굴하지 않고 정의 앞에 겸허히 섰던 김 전 대통령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한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결연한 외침은 대한민국 민주화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용기와 불굴의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고 소리 높였다.
이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도입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지방자치제 실시 △하나회 척결 등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언급하며 “이제 우리는 김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따라 더 나은 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련과 난관이 있더라도 김 전 대통령의 신념과 결단을 본받아 민주공화국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자유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장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이 평생 목숨을 걸고 지킨 민주주의가 현재 큰 도전에 직면했다”면서 “이러한 위기 앞에 김 전 대통령이 남긴 뜻과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단결을 강조한 김 전 대통령의 말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메시지”라며 “손을 맞잡고 하나로 뭉쳐 비바람과 폭풍을 이겨내겠다. 불의와 불법, 불공정에 맞서 싸우며 국민과 국가를 위한 올바른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추도식에 전원 불참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전날까지 김영삼민주센터 측과 참석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추도식 이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의 대도무문(大道無門) 정신을 기리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민주당이 지난해와 달리 김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불참한 것을 두고 정치적 의미를 지닌 행보라고 평가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치 세력이나 정치인의 모든 말과 행동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민주당의 김 전 대통령 추도식 불참은 현재 한국 정치의 양극화를 명확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히 올해는 12·3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의 갈등이 더욱 깊어진 상황”이라며 “민주당의 추도식 불참은 그 균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