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4차, 무엇이 달라졌나…한화 참여 ‘민간 우주 개발’ 첫 실험 의미는

누리호 4차, 무엇이 달라졌나…한화 참여 ‘민간 우주 개발’ 첫 실험 의미는

기사승인 2025-11-26 15:00:04
캡션.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27일 새벽,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다시 한 번 우주를 향해 날아오른다. 2023년 5월 세 번째 발사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진행되는 이번 발사는 네 번째 비행으로, 현재 위성 탑재를 마치고 최종 조립 단계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발사를 통해 한국 독자 우주 기술의 성숙도를 다시 한 번 점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특히 누리호 역사상 첫 ‘심야 발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앞선 발사가 오후 시간대였던 것과 달리, 이번 발사 예정 시간은 27일 오전 0시54분에서 1시14분 사이다. 주 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핵심 임무인 ‘오로라 및 대기광 관측’ 임무 수행을 위해 태양빛의 간섭이 최소화되는 시간으로 결정됐다. 다만 최종 발사 여부와 시각은 26일 열리는 발사관리위원회에서 확정될 전망이다.

우주항공청은 전날 누리호가 발사대 이송을 무사히 마치고 기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에 우뚝 선 누리호는 기립 장치(이렉터)의 지지 아래 고정 작업을 마쳤으며, 오후에는 전원 및 추진제(연료·산화제) 공급을 위한 엄빌리칼(Umbilical) 연결과 기밀 점검 등 발사 준비 작업이 진행됐다. 사실상 발사 직전 단계로, 최종 점검만 남겨둔 상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도 제작 총괄’…민간 이양 가속화

우주항공 업계에 따르면 이번 4차 발사는 우주 기술 민간 주도의 첫 관문이다. 앞선 1~3차 발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이 제작을 주관했지만, 4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 전 과정을 총괄 주관했다. 구성품 제작 관리부터 단 조립, 총조립까지 민간 기업이 전면에 나선 첫 사례다.

항우연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누리호 기술을 이전하면서 민간기업 참여의 폭도 넓어졌다. 발사 운용 단계에서도 발사지휘센터(MDC)와 발사관제센터(LCC) 등에 인력을 투입해 실전 운용 기술을 전수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설계, 도면과 공정을 중심으로 기술을 이전받는 단계”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독자적으로 새 제품, 개량을 본격화하는 것은 이후 단계의 과제”라고 말했다.

구남서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항우연이 ‘시어머니’ 격으로 노하우를 전수하고, ‘며느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기술을 이전받아 제작과 운영의 주체가 민간으로 바뀌는 과정”이라며 “민간 우주 시대의 서막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리호 3단에 탑재된 차세대중형위성 3호의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실패 딛고 실용으로’ 1~4차 발사 일지

누리호의 첫 비행은 202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3단 엔진이 조기에 꺼지며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1‧2단의 분리, 페어링 분리, 목표 고도 도달은 정상적으로 수행해 ‘부분 성공’ 판정을 받았다. 러시아 1단에 의존했던 기존 나로호와 달리 발사체 전 단계를 국내 기술로 구성한 첫 전궤도 비행 시험으로 독자 발사체 기술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후 2022년 6월 시행된 두 번째 발사에서는 한국이 처음으로 자력 발사에 성공해 ‘우주 발사체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목표 고도 700km 도달 후 위성 분리까지 모두 계획대로 수행해 한국에서 자체 발사체가 최초로 궤도 투입에 성공했다.

2023년 5월 진행된 3차 발사부터는 단순 시험 발사에서 ‘실질적 임무 수행 발사체’로 전환되며 민간 위성 발사 서비스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마련됐다. 상업급 탑재체의 첫 실전 임무가 수행됐으며, 주 탑재체 차세대소형위성 2호를 포함한 큐브위성 등 총 8기가 궤도에 올랐다. 고도 약 550 km에서 순차적인 분리에 성공, 위성들이 통신·임무 준비에 들어가며 ‘실전 발사’ 수행 능력을 입증했다. 

1~3차 발사가 발사체 성능 검증과 실전 능력 확보에 초점이 있었다면, 4차 발사는 축적된 기술력을 토대로 민간 생태계 확장과 고도화된 임무 수행에 방점이 찍힌다. 누리호가 사실상 ‘운용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는 셈이다.

고흥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연구진들이 누리호 4차 발사 총조립을 수행하는 모습.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단순 검증 넘어 ‘우주 바이오·신산업’ 실험장으로

4차 발사는 민간‧학계까지 참여를 대폭 넓혀 ‘뉴 스페이스’ 시대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번 발사의 핵심은 다각적인 과학·기술 임무 실증으로, 고도 600km 태양동기궤도에서 과학, 기술 검증 위성 13기(주탑재 1기, 큐브위성 12기)가 동시 투입한다. 주 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CAS500-3)’는 우주 핵심 기술 검증과 함께 우주 오로라 및 대기광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며, 나아가 우주 바이오 실험, 우주 쓰레기 처리 기술 등에 대한 데이터와 신뢰도를 축적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이번 발사에서는 본격적인 우주 바이오 실험도 진행된다. 한림대가 개발한 ‘바이오 캐비닛’이 탑재돼 우주 미세중력 환경에서 바이오 3D 프린팅 및 줄기세포 분화 기술을 검증한다. 12기의 큐브위성 중 스페이스린텍의 ‘비천(BEE-1000)’은 세계 최초로 면역항암제(키트루다 성분) 단백질 결정화 실험을 우주에서 수행한다. 지상보다 균일한 결정 성장이 가능한 우주 환경을 이용해 고순도 의약품 제조 가능성을 타진하고 신약 개발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시도다.

이 밖에도 △우주로테크의 ‘코스믹’(우주쓰레기 제거용 임무 후 폐기 장치 검증) △서울대의 ‘스누글라이트-III’(GPS 신호 활용 정밀 대기 관측) 등 뉴 스페이스 시대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우주로 향한다.

NASA-스페이스X 롤모델로…‘공공이 깔고 민간이 뛴다’

민간 역할 확대는 지난 20여 년간 미국이 구축해 온 우주 산업 성장 모델과 맞닿아 있다. 미국은 NASA가 초기 위험을 감수하며 수요를 보증하고, 민간(SpaceX 등)이 상업화를 주도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을 통해 우주 산업을 성장시켜왔다. 정부가 ‘개발자’가 아닌 ‘서비스 구매자’로 전환하며 NASA의 인프라와 테스트베드를 민간에 제공하고, ‘마일스톤 계약’ 방식 등의 단계적 보상체계를 도입해 민간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는 우리 정부 역시 우주 산업 발전을 위해 안전 요건 인증, 핵심 인프라 공유, 레퍼런스 제공 등으로 민간의 진입 장벽과 리스크를 낮춰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 교수는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 공공이 닦아놓은 인프라 위에서 민간이 효율을 극대화할 때 발사 비용은 낮아지고 우주 경제는 활성화된다”며 “이번 누리호 4차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기술이 정부의 손을 떠나 민간 주도의 상업화 모델로 진화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우연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기술 전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민간 기업들은 설계 자율성과 투자 여력을 넓히며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선순환 구조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사업 과정에서 정부가 민간 역할을 확대해갈 것”이라며 “아직은 항우연의 기능을 일부 인계받는 수준이지만, 이번 발사를 기점으로 점진적으로 민간의 역할과 기술 수준이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