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국민연금으로 환율 방어 안 한다”…4자 협의체 논란 진화

구윤철 “국민연금으로 환율 방어 안 한다”…4자 협의체 논란 진화

기사승인 2025-11-26 16:59:17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외환시장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불거진 ‘정부가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강하게 선을 그었다.

구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외환시장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키기 위해 ‘국민연금 뉴 프레임워크’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며 “이는 환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연금을 일시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 보도처럼 국민연금을 동원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못 박았다.

앞서 기재부와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은 지난 24일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기 위해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논의에 공식 참여하면서,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을 일부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국민 노후자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제기됐다.

기재부는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50%를 넘어섰고, 보유 해외자산도 외환보유액을 웃도는 등 “국민연금이 외환시장 단일 플레이어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뉴 프레임워크’ 구축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구 부총리는 “연금 자산이 향후 3600조원 수준으로 커지고 해외투자가 확대되면 특정 시점에 달러 수요가 급증해 시장이 달러 부족을 겪을 수 있다”며 “동시에 어느 시점이 지나고 달러를 매각해 원화로 바꿔야하는 시점에선 대규모 해외자산 매각에 따른 환율하락 영향으로 연금 재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원화 강세·약세 어느 방향에서도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만큼, 4자 협의체가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세부 내용과 관련해서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검토하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다만 “수출기업과의 협의를 이미 시작했으며, 필요하다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누구든 만나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이른바 ‘전략적 환헤지’ 방안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재하는 기금운용위에서 결정한 사항”이라면서도 “다만 기재부는 기금 운용위의 일원으로서 국민연금의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 공공성이 조화롭게 고려되도록 논의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 등 주요 수급 주체의 달러 환전에 단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살펴볼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현재 환율 수준에 대해선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다만 “정부는 시장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만 했다. 미국의 반응과 관련해서는 “미 재무부도 시장 안정성을 원하기 때문에 특별한 의견을 전달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1472.4원(주간 종가 기준)까지 올라 7개월 만의 최고치 수준에 근접했다. 최근 몇 달간 상승세가 이어지며 당국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