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1인 1표제’…“강성 당원 정치” 우려 속 정청래 의지 굳건

與 ‘1인 1표제’…“강성 당원 정치” 우려 속 정청래 의지 굳건

정청래 “당원 주권 시대, 1인 1표 시대 열겠다”
이언주 “숙의 거치지 않고 급하게 처리할 이유 없어”
전문가 “취약 지역에 가중치 부여하는 등 보완책 필요”
TF 다음 달 1일 보완책 논의 위한 공개토론회 열 계획

기사승인 2025-11-28 11:00:11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인 1표제 도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인 1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당 내에선 1인 1표제가 정 대표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권리당원 표 비중을 높이면 강성 당원 지지를 기반으로 당내 장악력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인 1표제는 대의원에게 부여된 가중치를 없애고 의사 결정 과정에서 모든 당원이 동등하게 한 표를 행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17.5표의 영향력을 지니는 방식이었지만, 이 조항을 삭제해 당원 권한을 동등화하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지난 전당대회에서 강력한 개혁 당대표로 이재명 정부의 국민 주권 시대에 걸맞은 당원 주권 시대, 1인 1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고, 실천하겠다”며 “내년 실시되는 6.3 지방선거에서 열린 공천 시스템으로 공천 혁명을 이룩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19~20일 이틀에 걸쳐 당헌·당규 개정안에 대한 전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결과 1인 1표제 찬성률은 86.81%로 집계됐다. 정 대표는 “90% 가까운 당원의 뜻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대한민국 어느 조직도 1인 1표, 헌법에서 보장한 평등 정신을 위반해서는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인 1표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여론조사 투표율이 16.81%에 그친다는 지적과 함께 영남 등 취약지역 배제 및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커져 지역·계파 불균형 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이번 당헌·당규 개정이 숙의 없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과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의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정 대표의 연임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1인 1표제에 대한 우려를 표출했다. 그는 “반대하는 분들이 있는 상황에 충분한 숙의를 거치지 않고 이렇게 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며 “16.8%밖에 참여하지 않은 여론조사를 보며 ‘정해졌으니 무조건 따라오라’는 방식은 민주적 절차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최고위원은 발언을 마친 후 최고위원회의가 진행 중인 당 대표 회의실을 이석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도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1인 1표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어느 조직이든 평등의 원칙은 있고 1인 1표제는 조직의 기본 원리이긴 하나, 당원 숫자가 적은 지역 혹은 직능을 기반으로 한 소수단체에 대한 대표성을 반영해주는 시스템 보완이 필요하다”며 “보완 없이는 ‘개딸’들이 당을 장악해 강성 당원만 바라보는 정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준호 민주당 최고의원, 강득구 민주당 의원, 윤종군 민주당 의원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부터 1인 1표제는 꾸준히 논의해왔던 사안”이라며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연임을 위한 갑작스러운 추진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보완책으로 취약 지역에 가중치를 부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당 당원이 호남에만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당원 규모를 고려한 가중치 조정과 당협위원장에게 권리당원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식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이 특정 지역 정당으로 비쳐 갈등 구조만 심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 조승래 의원실 제공

1인 1표제 도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11월28일 예정됐던 중앙위원회를 일주일 미뤄 12월5일로 조정했으며, 이날 회의에서 1인 1표제의 최종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당무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금 더 논의하는 시간을 갖자는 의견이 나와 정 대표께서 수용했고, 수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라며 “우리 당이 더 단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수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조 사무총장은 ‘대의원 역할 재정립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보완책을 검토해 당내 이견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TF 단장은 조 사무총장이 맞고, 장경태·강득구·윤종군·김태선·김문수 민주당 의원 등 그동안 우려를 제기해 온 의원들이 포함돼 대안 논의에 참여한다.

TF는 다음 달 1일 1인 1표제 보완책을 논의하기 위해 공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TF의 부단장인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TF 첫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을 지켜왔던 대의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되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있었다”며 “당헌에 못 박는 과정에서 어떤 보완이 필요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TF는 중앙위원들에게 온라인으로 의견을 받고 시도당 위원장 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유병민 기자
ybm@kukinews.com
유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