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 “국내 보안 형편없다”…‘소비자 보호’ 조직개편 시동

금감원장 “국내 보안 형편없다”…‘소비자 보호’ 조직개편 시동

기사승인 2025-12-01 16:50:30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찬진 금감원장이 사전예방적 금융소비자보호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업권별 ‘소비자보호 총괄감독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연이어 터지는 해킹 사고와 관련해서는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정도로 관련 제재를 손질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금감원 조직개편 및 인사 방향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기존 금융소비자보호처 시스템으로 조직을 운영한다고 하면 소위 사고가 발생한 이후 ‘사후 구제’ 중심으로 소비자 보호 부분이 작동되고 있었다”며 “그 부분만은 개선해야겠다는 것을 최고의 과제로 설정했다. 각 업권별로 자체적 총괄감독국을 배치해 사전 예방적으로 구조 개편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내년 1월10일 전후 마무리를 목표로 조직 개편과 인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임원·부서장 인사 검증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며 “신설된 조직도 있고 새로운 국정 과제가 부여된 영역도 있어, 이를 전반적으로 반영한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 개편을 통해 금융 상품 설계 단계부터 금융사를 감독해 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게 금감원의 구상이다. 

특히 이 원장은 최근 금융사 해킹 사고로 고객 개인정보나 자산 유출이 반복되는 데 대해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보안 시스템 투자는 형편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서 해킹으로 회원 자산 445억원이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8월에도 롯데카드 회원 297만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최근 쿠팡에서도 3370만개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원장은 “보안이 뚫리면 회사가 망할 수 있는 위험한 수준이란 걸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며 “보안이 생존을 위한 것임을 인식시키기 위해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쿠팡의 고객 정보 유출에 대해선 “(금감원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도 화두에 올랐다. 최근 금감원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홍콩 ELS 판매 은행 5곳에 대해 2조원 규모 과징금을 사전 통보했다. 이 원장은 “ELS 제재는 소비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감독당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위험가중자산 (증가), 자본건전성 (저하) 등 두 가지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위축 등 정책적 우려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와 조율 중이라고 부연했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과 관련해선 “증권신고서를 내년 2~3월 정도에는 제출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논의가 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금가분리가 돼 있는 상태인데 빅테크는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금융과 가상자산을 결합하는데 스테이블코인까지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 2단계 입법도 제대로 안 돼 있는 상태에서 별다른 규제 장치 없이 들어오는 게 금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면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을 향한 쓴소리도 내놨다. 이 원장은 “다들 연임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 같다”며 “특정 경영인이 연임을 위해 측근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거나, 임원추천위원회 진행 시 고의적으로 자신보다 경쟁력 없는 후보를 세우는지를 감시하겠다”고 예고했다. 금감원은 금융지주 감독 제도 개선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이다.

그는 TF 운영과 관련해 “특정 회사의 경영에 개입하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그 부분(회장 선임)은 경영 판단 사항이고 주주가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최대한 공적으로 투명성 있게 관리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