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며 자동차 산업이 긴장 속에 놓였다. 수출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는 단기적으로 영업이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환율 상승이 장기화되면 내수 침체와 조달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산업은 환율에 민감한 업종이다. 특히 현대차·기아처럼 해외 판매 비중이 80%를 넘는 기업은 원화 약세가 곧바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완성차 업체는 환율 상승 만큼 외화 매출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2조2000억원, 기아는 1조3000억원가량 늘어난다”며 “관세와 물류비 상승에도 환율 효과로 실적 방어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수출 측면에서 고환율은 명확한 긍정적 요인이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3분기 기말 환율이 1404원까지 급등하면서 해외 판매분의 원화환산액이 크게 늘었다”며 “현 환율 수준(당시 1430원대)이 유지된다면 4분기 실적 개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1일 기준 달러·원 환율은 1470.80원이다.
중소 부품기업들, 환율 상승으로 인한 피해 심각
반면 고환율이 지속되면 부정적 파급효과도 크게 드러난다. 부품·원자재 조달 단가가 오르고, 이는 차량 가격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협력업체의 부담도 커진다. 환율 상승분을 전가하기 어려운 2·3차 협력사들은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완성차 업체의 납품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해외로부터 원자재를 들여오는 업체들은 부품을 만들어 판다고 해도 하나도 남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이라며 “부품 업계와 같은 중소기업들은 울고, 환 차이로 인한 수익으로 완성차 대기업들은 웃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 설명했다.
수입 완성차 브랜드의 가격 인상도 피할 수 없어
수입 완성차 브랜드들은 환율 상승을 버티지 못하고 이미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수입차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를 지향하는 경우가 많고, 고가인 만큼 환율 변동 폭이 작아도 판매가에 큰 차이가 생긴다. 예를 들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는 미국 판매가보다 5000만원 비싸게 책정했는데, 미국 현지에서 약 12만9990달러(한화 약 1억8600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다.
만약 환율 1300원 기준이라면 1억7000만~1억8000만원대에 판매가 가능하지만, 환율이 1400원으로 상승하면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최소 1억8900만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여기에 차량 운송비, 관세, 물류비 등 추가 달러 결제 비용이 더해지면 실제 국내 판매 가격은 미국 현지 가격보다 수천만원 더 비싸지게 되는 것이다.
캐딜락 관계자는 “제품의 가치와 함께 수반되는 비용들이 반영된 결과로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에 대한 고려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특히 환율 이슈를 기반한 물류, 통관, 인증 등 제품 외적인 요소들이 차량의 가격 결정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제 환율 변동을 단기 변수가 아닌 구조적 리스크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기말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 판관비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 요인도 있지만, 평균환율까지 동반 상승하면 수익성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 연구원 역시 “환율이 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시대가 된 만큼 수출 확대와 동시에 환율 의존도를 낮추는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학훈 교수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부품 기업과 같이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에 환율을 방어할 수 있는 정책 등을 제공해줘야 한다”며 “관세와 환율이 겹쳐 기업들이 도산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