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이후 1년, 국회는 어땠는가…전문가들 분석은 [12·3 계엄 1년④]

계엄 이후 1년, 국회는 어땠는가…전문가들 분석은 [12·3 계엄 1년④]

“좌우 양극화로 인한 ‘정치 실종’ 상태”
“與, 거대 여당인 만큼 야당 포용해야”
“계엄, 양비론 될 수 없어…尹과 절연해야”

기사승인 2025-12-03 06:00:12 업데이트 2025-12-03 17:59:22
[편집자주]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은 ‘반국가 세력 척결’을 목표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민은 적극 반대하며 계엄을 막아섰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되고 정권은 교체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이어지는 정치권 공방에 국민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이 준 ‘민주주의 바톤’을 잘 받아 달리고 있을까. 비상계엄 이후 정치권은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짚어본다.

지난해 12월4일 오전 0시5분쯤 국회 앞 상황. 이승은 기자 

전문가들은 12·3 비상계엄 선포 1년이 지났지만 국회가 ‘정치 실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년간 개혁이 진척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 교수는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배신자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TK(대구·경북)는 강성 지지자들이 뭉치면 지방선거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니 구조적 요인으로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절연하면 민주당에게 말할 수 있는 논리가 더욱 잘 먹힐 것”이라며 “절연하지 않는 이상 민주당에게는 ‘면죄부’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계엄과 관련해 폭주하고 있는 건 결국 국민의힘이 열어준 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계엄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1월22일부터 PK(부산·울산·경남)와 TK 지역을 중심으로 장외 집회를 이어가며 강성 지지층 결집에 힘을 쏟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일 인천에서 열린 집회에서 “과거에서 벗어나자 하는 게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라고 말하며 사과 요구를 일축했다. 이에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계엄은 계몽이 아닌 악몽”이라며 반성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으나 장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일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대통령 중심의 진영 대결과 양극화를 원인으로 꼽으며 정치 실종을 극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의 70% 이상이 영남·강남 3구 출신”이라며 “공천만 받으면 다 당선될 사람들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공천만 받으면 경북 김천에서 당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젊은 당원, 당협위원장들이 당 지도부에 목소리를 내서 국민의힘이 건강한 보수로 바뀌어야 한다”며 “아니면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해 TK가 아닌 수도권을 대표하는 의원들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평론가는 민주당도 양극화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도 ‘1인 1표제’처럼 강성 당원만 바라보면 정치가 양극단에 치우치게 된다. 전국여당인 만큼 국민 전체를 껴안으며 속도 조절을 해야 하는데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오버페이스하는 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승익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부소장도 “(정치권이) 여태 이 정도로 심한 양극화는 없었다”며 “국민의힘이 계엄 옹호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국회는 정치와 대화와 타협의 장소로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도 거대 여당인 만큼 정치 발전을 위해, 국회가 한 걸음 나아가는 데 협조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쿠키뉴스 자료사진

다만 전문가들은 양당 모두에 개선 과제가 있다고 보면서도, 국민의힘이 자성을 바탕으로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고 건강한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대통령이 계엄을 하며 군을 동원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밝혀지는 내용이 충격적이다”며 “수많은 큰 일을 저질렀기 때문에 계엄에 관해서는 양비론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렇게 가다가는 대선부터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까지 (국민의힘이) 지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피해는 국민과 국민의힘에게 돌아오게 된다”라며 국민의힘의 자성을 촉구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여야 협치를 하더라도 국민의힘이 먼저 윤 전 대통령을 절연하는 것이 선제 조건”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TK 지역당으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강성 지지층 때문에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하고 있지만, 강성 지지층의 70%가 전체 국민으로 보면 얼마 안 된다”며 “절연하는 것이 결국 건강한 보수, 건강한 정치를 만드는 키”라고 내다봤다.

유병민 기자
ybm@kukinews.com
유병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