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첫선을 보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IQ는 숫자만 보면 다소 비현실적이다. 전장 5715㎜, 휠베이스 3460㎜, 공차중량 4210㎏.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739㎞, 벨로시티 모드 기준 최고출력은 750마력에 이른다.그러나 실제로 운전대를 잡고 주행을 마친 뒤 기억에 남은 것은 압도적인 무게감이 아니라, 차체 크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가속감·정숙성, 그리고 손과 발을 놓고 달릴 수 있는 ‘슈퍼크루즈’의 여유로운 주행 경험이었다.
2일 경기도 고양 소노캄에서 열린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직접 에스컬레이드 IQ를 경험했다. 경기도 고양에서 경기도 파주까지 왕복 60㎞를 달리며 주행 성능을 확인했다. 에스컬레이드 IQ는 플래그십 SUV '에스컬레이드‘를 순수 전기 모델로 새롭게 재해석한 모델로 지난달 20일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버튼 하나로 가볍게 열리는 문, 전기차다운 공간 활용력까지
에스컬레이드 IQ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거대한 차체, 그다음에 보인 건 ‘문’이었다. 해당 차처럼 무거운 차들은 문을 여닫는 게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차는 운전석·조수석·뒷좌석 등 모든 문을 버튼을 통해 자동으로 여닫을 수 있다. 4톤(t)이 넘는 차답게 문짝은 묵직하지만, 힘을 쓰지 않고 문을 여닫을 수 있다. 특히 노약자·여성 등 힘이 부족한 사람이 체감할 편의성이 크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쓴 풀사이즈 SUV답게 넓은 공간 활용은 이 차의 핵심 장점이다. 후면 트렁크(3열 폴딩 시) 최대 1958L에 더해 전면부에는 국내 최대 345L 용량의 E-트렁크가 자리 잡고 있다. 행사장에선 기자들이 번갈아 E-트렁크에 들어가 보며 크기를 가늠할 정도였다. 성인 여성 한 명이 앉아도 앞뒤로 여유 공간이 충분하고, 내부에는 비상탈출 버튼까지 있어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했다. 서영석 캐딜락 마케팅팀 차장은 “E-트렁크는 에스컬레이드 IQ만이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 활용성”이라며 “국내 전기 SUV 가운데 최대 수준의 전면 수납공간”이라고 설명했다.
205kWh 배터리·750마력과 ‘손으로 잡는 브레이크’까지
도로에 나와 가속 페달을 밟자 5.7m짜리 대형 SUV라는 사실이 무색해졌다. 시속 100㎞를 넘겨도 속도감이 크지 않아 동승자와 “지금 이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고?”라는 말을 반복했다. 전기차답게 실내 정숙성도 우수했다. 저속 주행 시에는 정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소음이 거의 나지 않았고, 고속 주행 시에도 거슬릴만한 소리가 나진 않았다.
에스컬레이드 IQ의 동력계는 숫자부터 남다르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 얼티엄 셀즈가 생산한 205kWh 배터리를 바탕으로 복합 기준 739㎞(도심 776㎞, 고속 692㎞)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를 인증받았다.
실제 주행에서 빨간 ‘V’ 버튼을 눌러 벨로시티 모드를 활성화한 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거대한 차체가 망설임 없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 제원상 제로백은 4.7초지만, 체감 가속은 수치보다 더 극적으로 다가왔다. 몸이 시트와 더 밀착하고, 계기반 숫자는 순식간에 상상할 수 없는 속도까지 도달했다.
에너지 회수 시스템이자 브레이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리젠 온디멘드’는 가장 좋다고 생각한 기능이었다. 스티어링 휠 뒤 패들을 당기는 힘에 따라 제동이 되는데, 적응이 되면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도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실제 제동 페달보다 다소 급하게 느껴지고, 부드럽진 않지만 브레이크 패드를 쓰지 않고 멈춰 패드의 마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손과 발 모두 OUT 가능, 국내 최초 적용된 슈퍼크루즈
이번 시승의 백미는 국내 최초로 적용된 GM의 핸즈프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 ‘슈퍼크루즈’였다. 실제 자유로 구간에서 약 10초간 손을 떼고 달려보니, 차는 스스로 차선 중앙을 유지했고 앞차와의 간격도 자연스럽게 조절했다. 느린 차량을 만나면 시스템이 먼저 상황을 파악한 뒤 자동 차선 변경을 제안하고, 승인 후에는 방향지시등 점등과 차선 변경 과정까지 스스로 수행한다.
슈퍼크루즈 개발을 담당한 김민정 GM한국사업장 DXS팀 차장은 “슈퍼크루즈는 라이더 기반 지도와 차량의 레이더·카메라·GPS 정보 등을 종합해 핸즈프리 주행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라며 “특히 운전자 전방 주시 모니터링을 함께 적용해, 시선이 흐트러질 경우 라이트바 색상과 경고음을 단계적으로 바꾸며 개입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에스컬레이드 IQ는 국내에 프리미엄 스포츠 단일 트림으로 출시되며,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2억7757만원이다. 800V, 최대 350kW DC 초급속 충전을 지원해 10분 충전으로 최대 188㎞를 달릴 수 있고, 캐딜락 온스타(OnStar)와 연동해 원격 시동·배터리 상태 확인·OTA 업데이트 등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