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 만에 가족 품으로…6·25 호국영웅 故 이지건 일병 유해 확인·귀환

75년 만에 가족 품으로…6·25 호국영웅 故 이지건 일병 유해 확인·귀환

기사승인 2025-12-03 13:40:14
지난 2000년 5월 경주시 안강읍 노당리 어래산 일대에서 발굴한 국군 수도사단 소속 고(故) 이지건 일병의 유해. 국방부 제공
75년 전 6·25전쟁에서 기계–안강 전투에 참전했다 전사한 국군 수도사단 소속 고(故) 이지건 일병의 유해가 세월을 돌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고인의 유해를 확인하고 3일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지건 일병의 유해는 2000년 5월 경북 경주시 안강읍 어래산 일대에서 정부의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처음 발견됐다. 하지만 당시 유전자 분석 기술로는 유해에서 DNA형을 검출하지 못해 신원 확인이 어려웠다. 이후 2010년 재분석에서 DNA 시료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고, 2019년 확보한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와 비교·분석하면서 마침내 고인의 신원이 확정됐다. 이 일병은 올해 들어 17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이며, 2000년부터 이어진 유해발굴 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총 265명의 국군 전사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고인은 1924년 경상북도 달성군에서 5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일찍 혼인해 전쟁 발발 당시 이미 8살, 4살, 4개월 된 세 딸의 아버지였다. 1950년 6·25전쟁이 터지자 대구 육군 제1훈련소에 입대해 국군 수도사단에 배치됐고, 같은 해 8월부터 9월까지 이어진 기계–안강 전투에서 북한군 12사단의 남진을 막아내는 방어전에 투입됐다. 이 전투는 낙동강 방어선이 위태롭던 시기 수도사단이 포항과 경주, 안강 일대를 지키기 위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곳으로 기록돼 있다. 그는 이 전투에서 끝내 전사해 긴 세월 동안 가족과 만나지 못했다.

유족의 뜻에 따라 마련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대구 서구에 있는 첫째 딸 이호분 씨 자택에서 진행됐다. 김종술 대구지방보훈청장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관계자들이 고인의 신원확인 통지서와 유품 등이 담긴 ‘호국의 얼 함’을 전달했고, 유가족은 아버지의 참전 과정과 유해 발굴 경위를 다시 들으며 오래된 비통함과 그리움을 함께 나눴다. 이씨는 “아버지는 영영 찾지 못하는 줄만 알았다”며 “이제라도 돌아와 주셔서 감사하고, 햇빛이 잘 드는 국립묘지에서 어머니와 함께 모셔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건 일병의 가족사에는 또 한 명의 희생이 겹쳐 있다. 고인의 셋째 동생인 고(故) 이봉건 일병 역시 수도사단 소속으로 같은 기계–안강 전투에서 전사했지만, 그의 유해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형은 75년 만에 가족의 품에 안기게 됐지만, 동생의 이름은 여전히 국립서울현충원 위패봉안관에만 기록돼 유족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아직도 수많은 6·25 전사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의 참여를 요청했다. 전국에서 누구나 신청할 수 있는 유전자 시료 채취는 전사자를 기준으로 친·외가 8촌 이내 유족이라면 가능하며, 제공한 유전자 정보와 일치해 전사자의 신원이 확인될 경우 100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조진수 기자
rokmc4390@kukinews.com
조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