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늘어도 보험 가입은 저조…전통시장 안전망 ‘구멍’

화재 늘어도 보험 가입은 저조…전통시장 안전망 ‘구멍’

기사승인 2025-12-04 06:00:05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전통시장 화재가 늘고 있지만 보험 가입률은 절반에도 못 미쳐 안전망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후 건물과 촘촘한 점포 배치 등 구조적 특성상 화재 위험이 높은데도 상인들은 필요성을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보험사들도 높은 손해율을 우려해 상품 공급에 소극적이어서 실질적 대비가 부진한 실정이다.

4일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12월 2일까지 전국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378건으로, 재산 피해 규모는 136억7000만원에 달한다. 5년 단위 추이를 봐도 증가세는 뚜렷하다. 2005~2010년 117건(피해액 13억8500만원), 2010~2015년 214건(19억7900만원), 2015~2020년 235건(1287억원) 등으로 지속 증가했다.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에서는 점포 679곳이 불에 타 469억원 피해가 발생했고, 2019년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에서도 716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하는 등 대형 참사도 반복되고 있다.

전통시장 화재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후 전기설비와 복잡한 전선 구조가 지목된다. 지난해 전국 전통시장 발화 6733건 중 약 98%가 전기적 요인이 원인이었다. 전통 재래시장에서 소방 근무 경험이 있는 A씨는 “전통시장은 전선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합선이나 과열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실제 화재 발생 시 일대 정전, 전선 합선 등이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취약한 건축 구조도 위험을 키운다. 현대식 철골 건물과 달리 상당수 전통시장은 목조건물이 많아 불길이 빠르게 번진다. 또 스프링클러 등 기초 소방시설이 부족하고 점포가 밀집해 있어 화재 발생 시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시장 통로가 협소해 소방차 진입이 어렵기 때문에 초기 진화가 지연되면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보험 가입률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민간 일반 건물 화재보험 가입률은 20% 안팎에 머물고,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운영하는 전통시장 화재공제 가입률도 36% 수준에 그친다. 화재공제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일반 보험보다 공제료가 20%가량 저렴한 경우가 많지만, 전국 1408개 전통시장 17만1529개 점포 가운데 실제 가입 점포는 6만여 곳에 불과하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3년 전통시장 실태조사’에서도 비가입 이유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보험사들도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한 상품 출시에는 소극적이다. 전통시장은 노후 건물과 밀집 구조 등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데다 화재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파악이 어려 손해율 관리가 쉽지 않은 대표적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KB손해보험이 최근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날씨로 인한 매출 감소를 보장하는 ‘날씨피해 보상보험’을 출시했지만, 이 역시 높은 손해율을 감수하고 상품을 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관리 소홀과 도덕적 해이 역시 보험사들이 우려하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 종료 후 전열기기 코드를 뽑아두는 등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경기 불황 때 일부 점포에서 보험금을 노린 고의·과실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보험사 입장에서는 큰 리스크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를 단순히 보험사의 부담으로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동근 서울대 교수는 “전통시장 화재보험을 국가정책보험 형태로 운영해 취약계층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종합보험 기능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