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최고의 번 아웃 예방 전략 [WORK & PEOPLE]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최고의 번 아웃 예방 전략 [WORK & PEOPLE]

기사승인 2025-12-03 17:16:09
백현웅 나무리더십트레이닝 대표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누군가가 저에게 이렇게 물어본다면 예전 같으면 한참 망설여야 했습니다. 아마 이것저것 들춰보다가 하나 콕 집어 말하지 못하고 “글쎄요” 라고 대답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망설이지 않고 답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일입니다”

10여 년 전에 서울에서 한참 떨어진 한적한 시골 동네의 주택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고, 두 아이는 홈 스쿨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의도하지 않게 365일 24시간을 가족들과 한 공간에서 보내게 된 상황이 돼버렸지요. 자연스레 온 가족이 집에서 삼시 세끼를 먹게 되었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저는 식구들의 삼시 세끼 식사 준비에 매번 진심이었습니다. 거기다 주택에 산다는 핑계를 대고 틈만 나면 지인들과 함께 뒷마당에서 고기를 굽고 함께 밥 먹는 일을 원 없이 했습니다. 요리가 생활이자 취미가 되어 버렸습니다. 

특별히 어디서 음식을 배우진 않았지만, 먹어본 웬만한 음식은 비슷하게 만들어 내기도 하고, 냉장고에 남은 식재료로 어떻게든 한 접시 뚝딱 만들기도 잘했습니다. 이런 요리에 대한 친밀감은 어머니 덕분입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도와 메주 빚고 장 담그고 김장도 했고, 명절과 가족 모임을 위해서 만두나 빈대떡 부치는 정도의 일들은 자주 했었습니다. 어머니도 아들딸 가리지 않고 음식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셨고, 부엌에 드나드는 저를 딱히 말리지 않으셨습니다. 그 시간 어머니 옆에서 듣고 보고 배운 것들이 제 몸속 어디인가 기억으로 그리움으로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일은 저에게 커다란 즐거움입니다. 의식적으로 에너지를 써서 계획하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어떤 음식을 만들지 자연스레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완성된 그림들이 선명히 보입니다. 생각과 동시에 손은 벌써 칼을 들고 도마 앞에 있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동안에는 잡념과 걱정이 없어지고, 깊은 몰입의 상태에 들어가고요. 정성껏 만들어져서 식기에 담긴 음식을 보면 쾌감마저 느낍니다. 무엇보다 그 작업의 결과물을 행복하게 함께 먹고 누리는 사람들을 보면 더없이 기분이 좋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재충전하는 경험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가 기다리던 문제와 씨름할 심리적 안정과 여유를 공급합니다. 
  
해보지 않았지만, 자전거 라이딩, 낚시, 등산, 일렉기타, 독서, 러닝, 자동차 튜닝, 사진, 영화. 그게 뭐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동안에 사람들은 이런 경험을 동일하게 맛보리라 생각합니다. 

함께 일했던 옛 직장 상사의 기억도 있습니다. 그분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비행기를 타는 것이었습니다. 본인이 조종하는 비행기이든 출장을 위해 타는 항공사의 비행기이든 비행 자체를 그렇게 즐거워했습니다. 물론 비행을 좋아하는 것이 리더로서 업무에 직접 관련은 없었지만, 프로젝트가 끝나 한동안 비행을 하고 다시 에너지를 충전하고 일터로 돌아오는 상사는 인간적으로 참 건강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음식 만드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스스로 말하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자신을 더 이해하고 수용하게 해주었고, 스스로 더 단단해진 것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결국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단순한 취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많은 책임과 긴장 속에서 스트레스를 관리해야 하는 리더에게 필요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찾아올 수 있는 번아웃을 예방하고, 업무에서 필요한 창의적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리더의 강력한 전략입니다.
 
글·백현웅 대표
나무리더십트레이닝 대표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