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D, OLED 국산화율 73%… 中 BOE·CSOT 추격 속 ‘공급망 방어막’ 구축 [기업 X-RAY]

LGD, OLED 국산화율 73%… 中 BOE·CSOT 추격 속 ‘공급망 방어막’ 구축 [기업 X-RAY]

LG디스플레이, 소재 국산화율 4년 만에 25%(p) ↑
中, BOE·CSOT, 대규모 증설로 '물량 공세' 예고
“소재 내재화로 수익성 방어해야”

기사승인 2025-12-04 06:00:09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 전경. LG디스플레이 제공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가 LCD를 넘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까지 확장되는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OLED 소재 국산화율’을 73%까지 끌어올리며 ‘공급망 방어막’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프리미엄 패널 기술력은 앞서 있지만 소재·부품 공급망이 취약하다는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약점을 정면 돌파한 것이다.

‘금보다 비싼’ p-도펀트까지… 난공불락 소재 뚫었다

4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등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OLED 패널 제조용 소재의 국산화율을 73%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2021년 48%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4년만에 25%포인트(p)나 성장한 수치다.

OLED 소재는 패널 위에 얹히는 얇은 막 한 겹까지 다 합치면 수십 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가장 난도가 높은 영역이 발광층(EML)과 전자·정공 수송층(ETL/HTL)에 들어가는 고부가 화합물이다.

그동안 미국 UDC, 일본 이데미츠코산 등 소수 해외 기업이 특허를 앞세워 OLED 소재 시장을 독점해 국내 기업들은 비싼 로열티를 지급하며 수입에 의존해왔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구조를 깨기 위해 ‘동맹 전략’을 택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p-도펀트’ 국산화다.

p-도펀트는 OLED 발광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수명을 연장하는 물질로, 그간 해외 업체가 독점해왔다. 공기 중에서 쉽게 변질되는 특성 때문에 개발 난이도가 매우 높아 ‘금보다 비싼 소재’로 불렸다.

LG디스플레이는 재료 설계와 성능 검증을, LG화학은 소재 합성과 생산을 맡아 10여 년간의 공동 연구 끝에 기존 수입품과 동등한 성능을 내는 p-도펀트를 구현했다. 이를 양산 라인에 적용하면서 OLED 소재 국산화율은 2022년 58%에서 2023년 64%로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가 단순히 발주만 주는 것은 아니었다. 중소 협력사가 소재를 개발해도 실제 패널에 적용해볼 기회가 없어 사장(死藏)되는 것을 막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자사 양산 라인을 국내 소재 업체를 위한 테스트베드로 개방했다. 협력사는 실제 성능을 검증하고, LG디스플레이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는 ‘윈-윈’ 구조가 73% 달성의 비결이다.

이외에도 발광층(EML), 전자수송층(ETL) 등 패널 구동의 필수 화합물들을 차례로 국산화 리스트에 올렸다.

中, LCD 정복하고 OLED로 진격... “승부처는 8.6세대”

LG디스플레이가 소재 자립에 속도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예상보다 빨라진 중국 기업의 추격이다. 중국은 이미 LCD TV 패널 시장에서 한국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이제는 OLED, 특히 IT용·중대형 OLED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인 증설에 나선 상태다.

중국 최대 패널 기업 BOE는 2026년까지 쓰촨성 청두에 630억 위안(한화 약 11조8000억원)을 투자해 8.6세대 OLED 생산라인 ‘B16’을 구축 중이다. 완공 시 월 3만2000장의 유리기판을 처리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로, 노트북·태블릿 등 중고급 IT 제품에 들어갈 패널을 집중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또 TCL 계열 CSOT도 광저우에 5조7700억원 규모의 8.6세대 잉크젯 프린팅 OLED 라인 'T8'을 짓고 있다. CSOT는 월 2만 2500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해 모니터와 노트북 패널 시장을 겨냥한다는 방침이다.

8.6세대 OLED는 IT용 패널 제조에 최적화돼 있고, 기존 6세대보다 2.25배 큰 유리기판으로 한 번에 더 많은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애플이 2026년부터 맥북 프로에 OLED 패널을 적용할 예정인 만큼, IT용 OLED 시장은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한국 기업의 파이를 뺏어오기 위해 일제히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전체 OLED 패널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2025년 69%에서 2030년 58%로 줄어들고, 중국의 점유율은 30%대에서 40% 안팎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성장세가 가파른 IT용 OLED에서는 2028년 중국이 한국을 역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삼성디스플레이가 2026년 세계 최초로 8.6세대 OLED 양산에 나서고, LG디스플레이도 파주 사업장에 1조26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OLED 신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히는 등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한 행보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도 중국산 OLED 조달을 제한하는 조항을 국방수권법에 담았고, BOE 패널의 미국 반입을 14년 8개월간 금지하는 예비 판결을 내린 상태다.

“소재가 비싸면 진다”… 국산화는 ‘가격 방어막’

업계에서는 이번 국산화율 73% 달성을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설 ‘기초 체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소재·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면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OLED 패널 원가에서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해외 소재 업체에 로열티까지 지급하면, 아무리 공정을 효율화해도 수익성을 방어하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소재를 내재화하면 △원가 절감 △수급 안정성 △차세대 기술 보안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그래서 업계에선 “소재가 비싸면 결국 진다”는 말이 나온다.

다만, 국내 소재 업체들이 공통층에서는 90% 국산화에 성공했지만, 발광층의 청색 인광 소재 등 일부 영역은 여전히 해외 의존도가 높다. 한 업계 전문가는 “프리미엄 OLED 패널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소재·부품·장비 전 영역에서 국산화율을 더 높여야 중국의 물량 공세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현우 LG디스플레이 대형사업부장은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프리미엄 시장 내 위상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수익성을 확보하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