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법안이 15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제도화를 향한 큰 고비를 넘었다. 법안 통과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하위법령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이른바 ‘비대면진료 법제화 2라운드’가 시작될 전망이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에서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의료법 개정안은 △대면진료 원칙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 △재진환자 중심 △전담기관 금지 등 4대 원칙과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를 담았다. 개정안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2026년 12월부터 시행된다.
이처럼 국회가 법적 틀을 마련했지만,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려면 여전히 정리해야 할 쟁점이 많다. 대표적인 쟁점으로는 처방 제한 의약품 범위, 약 배달 허용 여부,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 등이 꼽힌다. 이에 따라 내년 초 보건복지부가 마련할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의 세부 내용을 두고 시민단체와 전문가 단체, 비대면진료 플랫폼 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에는 비대면진료를 통한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 처방을 제한하고, 의사가 환자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처방 가능한 의약품 종류와 처방 일수를 추가로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과정에서 비대면진료 하위법령 논의의 주요 쟁점으로는 오남용 우려로 처방이 제한된 응급피임약, 비만치료제, 그리고 비급여 의약품인 탈모·여드름 치료제 등이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비만치료제는 정부가 지난 2024년 11월 비대면 처방을 제한하면서 별도의 ‘비대면진료 처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어 변화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대면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처방 제한 의약품 목록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가장 큰 논쟁이 될 것”이라며 “대한약사회 등 전문가 단체는 마약류·향정신성 의약품 외에도 탈모약 등 비급여 의약품까지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상당한 논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처방약 배송 역시 핵심 논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번에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은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 수급자, 장애인, 법정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등 의약품 접근성이 취약한 일부 대상에 한해 약 배송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하위법령 논의에서는 배송 방식과 절차를 어떻게 규정할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법 개정을 통해 배송 대상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 사안 역시 전문가단체, 시민단체, 산업계의 입장이 크게 갈리는 주제다.
이외에도 공적 전자처방전 시스템 구축 방식, 초진 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진료 의료기관의 지역 제한 기준 등이 하위법령 제정 과정에서 주요 논의 대상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플랫폼 관계자는 “정부가 기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을 활용하거나 유사한 형태의 조직을 꾸려 하위법령 마련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복지부가 법 시행 전까지 하위법령 제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해 현장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비대면진료 법안과 함께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던 약사법 개정안,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비대면진료 법안과 동시에 상정됐지만, 일부 의원들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본회의에 오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