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도, 승인도 없다’…서사원 해산 정당성 논란

‘문서도, 승인도 없다’…서사원 해산 정당성 논란

복지부 ‘승인한 적 없다’…서울시 ‘협의 충분’
보조금법 위반 공방 확산”

기사승인 2025-12-08 06:00:10
2023년 10월30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어린이집 지속 운영 촉구 및 전면파업 출정 집회가 열리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서울시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해산 과정이 적절했다고 거듭 해명하고 있지만, 절차적 정당성과 책임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조사업 종료 기준을 명확히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 4일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재설립 및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오 시장이 보건복지부 승인 없이 서사원을 해산했다는 주장이다.

서사원은 2019년 서울시가 공공 돌봄 강화를 위해 설립한 기관으로, 종합재가센터 운영과 중증·민간기피 돌봄, 코로나19 긴급돌봄 지원 등을 맡아왔다. 서울시는 5년간 830억 원을 투입하고도 사업 확장성과 효율성이 낮고 조직이 ‘직접고용 중심’으로 운영돼 이용자 서비스 개선 효과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민간이 기피하는 돌봄을 공공이 포기했다”며 공공성 후퇴를 비판해왔다.

해산 절차 논란은 2022년 단체협약 해지, 2023년 예산 전액 삭감, 2024년 폐지 조례 통과 등 단계적 조치 이후 서사원이 지난해 5월 운영을 멈추면서 불거졌다. 서사원 해산 뒤 기존 이용자 재배치 혼란과 돌봄 공백 우려, 노동자 해고 문제가 이어지며 논란은 더 확대됐다.

서울시는 공대위 주장에 대해 △보조사업 폐지 승인 절차는 법에 구체 규정이 없고 △복지부와 수차례 협의했으며 △폐지 이후 관련 업무 지속 계획을 주문한 복지부 공문이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서울시 해명은 여전히 신뢰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규정이 없더라도 승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명시적 문서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폐지 이후 돌봄 공백을 최소화할 방안을 복지부와 협의했다”며 “다만 이는 내부 회의자료라 공개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제24조에는 서울시 주장처럼 해산 승인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한 조항이 없다. 그럼에도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행정은 문서주의가 원칙”이라며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 승인·통보는 공문 형태로 남기는 것이 기본적인 행정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공개한 복지부 공문 역시 ‘승인 문서’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공문은 서울시에 “서사원 폐지 이후에도 관련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라”고 적시했지만, 이를 ‘해산 승인’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는 다툼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라움 황소영 변호사는 “명시적 승인 의사가 문서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문서를 해석하고 있다”며 “결국 법적 판단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서사원 폐원을 승인한 적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해산 이후 서울시는 ‘공공돌봄 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인근 민간 기관 연계, 통합돌봄체계 구축 등 대책을 제시했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서사원을 폐지해 공공돌봄의 구심점을 스스로 없애놓고 강화 대책을 내놓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시민 5천 명 청구로 열린 ‘서울시 공공돌봄 시민공청회’에서도 재설립 요구가 집중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단순한 기관 폐지를 넘어 한국 보조금 제도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한다. 한국기록관리학회지의 ‘국고보조금 설명책임성 보장을 위한 기록관리 강화 방안’ 보고서는 “보조사업 종료와 관련한 기록 체계가 미흡해 행정기관 책임이 불분명해진다”며 “승인·통보 등 필수 기록 요소를 명문화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