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KTX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T를 운영하는 SR은 2026년 말까지 기관 통합을 포함한 완전 통합을 목표로 한다. 계획대로라면 코레일과 SR은 2013년 분리 이후 약 13년 만에, 고속철도는 SRT가 운행을 시작한 2016년 이후 10년 만에 하나로 합쳐지게 된다.
고속철도 분리 운영에 대한 논의는 SR 출범 당시부터 지속돼 왔다. 이후 지난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포함되며 통합 추진이 본격화됐고, 국토부는 양사 노사 및 전문가 간담회 등을 거쳐 이번 로드맵을 마련했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고속철도 분리 운영이 정책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10년 가까운 경쟁 체제의 편익과 비효율을 비교한 결과 통합에 따른 효율 증대가 더 크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원화된 고속철도의 완전 통합을 목표로
우선 내년 3월에는 SRT 종점인 수서역에 총 955석 규모의 KTX-1 열차를 투입해 좌석 공급을 확대한다. 이는 현재 수서발 SRT 열차(410석)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국토부는 이용객이 적은 시간대를 중심으로 KTX와 SRT 교차 운행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승차권 예매 시스템도 순차적으로 통합한다. 우선 열차 조회 시 KTX와 SRT를 구분하지 않고 서울·용산·수서역 등 고속철도역을 한 번에 검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한다. 내년 6월부터는 KTX-산천과 SRT 차량을 복합 연결해 서울역과 수서역을 자유롭게 오가는 시범 운행도 시작한다. 이를 통해 차량 운용률을 높이고 좌석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내년 말까지는 하나의 앱에서 KTX·SRT 결제와 발권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통합하고, SRT에서 ITX-마음 등 코레일 일반열차로 환승할 경우 요금 할인도 도입한다. KTX와 SRT 간 열차 변경 시 취소 수수료 역시 면제할 예정이다.
코레일 추산에 따르면 완전한 통합 편성·운영이 이뤄질 경우 고속철도 좌석 공급은 하루 약 1만6000석 늘어난다. 현재 하루 25만5000석 수준에서 약 6% 증가하는 셈이다. 코레일은 중복 비용 절감을 통해 KTX 운임을 10% 할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 KTX보다 10% 저렴한 SRT 요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통합 이후에도 승객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직 통합과 관련해서는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급여, 근무 체계, 복지 등 서로 다른 제도를 조율하고, 운임·마일리지·회원제 통합, 안전 체계 일원화 등에 대한 연구용역도 추진한다. 국토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와 철도산업위원회 심의,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등 법정 절차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통합 이후에는 열차 도색과 승무원 유니폼 등 기업 이미지(CI) 통일도 검토한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SR을 흡수하는 방식의 통합은 지양한다는 입장이다. 윤 국장은 “SR은 운영 통합에는 협조적이지만 일방적인 흡수 통합에는 부정적”이라며 “단순히 코레일, KTX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 제3의 사명과 브랜드 사용 여부 등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고속철도 통합은 흡수통합이 아니라 한국 철도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통합 과정에서 SR 직원의 불이익이 없도록 정부가 각별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코레일도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이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차질 없는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토부와 긴밀히 협력해 내년 말까지 SR 통합을 마무리하고 더 나은 고속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