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여유, 제주는 포화… 전기차 충전 ‘지역 격차’ 4배까지 [충전할 곳 없는 전기차②]

세종은 여유, 제주는 포화… 전기차 충전 ‘지역 격차’ 4배까지 [충전할 곳 없는 전기차②]

차충비·인구 대비 충전기 수로 본 지역 불균형
전기차 90만대 시대, 충전 인프라는 지역마다 달랐다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보급하겠다는 정부… 충전기는? 

기사승인 2025-12-10 06:00:14
전국 전기차 1대당 충전기 비율(차충비) 히트맵. 김수지 기자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지역 간 충전 인프라 격차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충전기 수만 늘리는 것을 넘어, 지역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정교한 인프라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쿠키뉴스가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전기차 등록대수는 90만1886대로, 지난 2022년 40만3204대보다 2.2배(124%) 늘었다. 같은 기간 충전기 수는 20만5205기에서 47만2071기로 2.3배(130%) 증가했다.

전체 수치만 보면 증가율이 유사하지만, 연도별 추세를 보면 확충 속도는 점차 둔화하고 있다. 전기차는 2023년 이후에도 매년 26~38%씩 늘었지만, 충전기는 올해 들어 13.8% 증가에 그쳐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초기에는 충전기 설치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앞섰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수요가 인프라를 앞지르는 상황이다.

전국 전기차 1대 당 충전기 비율(차충비) 그래프. 김수지 기자 

차충비, 지역 간 최대 4배 격차…인프라 밀도도 지역 따라 차이

지역별 충전기 밀집도는 이미 뚜렷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쿠키뉴스가 기후부로부터 제공받은 ‘시·도별 충전기 보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충전기 총 47만2071기 중 급속은 5만2330기, 완속은 41만9741기다. 

이를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현황’ 및 인구 통계와 결합해 분석한 결과, 지역별 전기차 대비 충전기 비율 (차충비), 인구 대비 충전기 밀도 모두에서 뚜렷한 격차가 드러났다.

전기차 1대당 충전기 수는 실제 이용자가 얼마나 쉽게 충전기를 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충전 여유도’ 지표다. 수치가 높을수록 대기 시간과 이용 혼잡이 적다. 반면, 인구 1만명당 충전기 수는 전기차 보급량과는 무관하게, 해당 지역에 얼마나 넓게 인프라가 깔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밀도 지표’다.

지역별 충전 여유도는 세종(0.82기)이 가장 높았다. 이어 △울산(0.75기) △광주(0.74기) △서울(0.70기) △강원(0.64기) △경남(0.44기) △전남(0.39기) △인천(0.36기) △제주(0.20) 순이었다. 같은 전기차라도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충전 편의성이 4배 이상 차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 1만명 당 충전기 비율 그래프. 김수지 기자 

인프라 ‘밀도 지표’에서 상위권에 오른 지역은 제주·세종·강원이었다. 제주도는 인구 66만명 규모임에도 충전기가 1만1754기에 달해 1만명당 176.68기를 기록했다. 충전기는 많이 설치됐지만, 수요가 워낙 많아 실제 여유도는 낮은 상황이다.

서울은 전체 충전기 수는 많지만, 인구가 너무 많아 1만명당 충전기 수는 73.37기에 그쳐 전국 최하위권이었다. 이어 △경북(85.01기) △울산(87.03기) △경남(87.08기)도 인구 대비 충전비 보급률이 높지 않은 수준이다. 

2022년~2025년 10월 기간 동안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기 보급 현황. 김수지 기자 

정부 목표, 2030년 전기차 420만대…지역 균형 필요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 충전기 123만기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지역 간 인프라 격차가 해소되지 않으면 일상에서 체감하는 충전 불편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충전기 수 자체보다 접근성과 지역별 분포의 균형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단순 수량 확대만으로는 실질적인 불편 해소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격차가 지자체의 정책 의지와 예산 편성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전기차는 초기부터 국비 보조금 외에 지자체 보조금이 함께 투입되는데, 지자체가 소극적으로 나서면 보급 자체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형성된 초기 격차가 몇 년이 지나며 전기차 누적 대수, 나아가 충전 인프라 격차로 그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어촌과 관광지 지역이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점도 짚었다. 김 교수는 “해외의 급속 충전기 비율은 30~50% 수준인데, 국내는 10%대 초반에 불과하다”며 “관광지나 이동 수요가 많은 지역일수록 급속 충전기가 필요하지만, 이런 수요를 반영한 특화 정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는 마중물 역할에 그치는 만큼, 실제 인프라 확충의 성패는 지자체의 지속적인 정책 추진과 조례·예산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