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체 무기 체계의 자체적인 보유가 합법화되면서, K-방산의 수출 경쟁력에 청신호가 켜졌다. 업계는 지난 20여년 간 지속된 ‘군 장비 대여’에 따른 어려움과 군의 ‘전력 공백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방위사업법 개정안은 ‘방산업체가 수출 또는 국방 연구개발 등을 목적으로 방위사업청장의 승인을 받아 방산물자를 생산·개조·개발해 보유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방산업체들은 실물 장비의 자체 소유가 가능해졌다.
무기체계 보유가 허용되면서 업체들은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방산업체가 방산물자를 보유하게 되면 장비 1대당 연간 약 1억원의 비용(대여비 등)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는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군으로부터 장비를 대여하는 과정에서 그 비용을 원가로 보전받지 못해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군도 전력 공백 우려로 장비 반출에 소극적이어서 신속한 마케팅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물 장비를 자체적으로 운용하며 시간적 여유를 확보해 해외 바이어들에게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방사청·국방부 대여 승인에 평균 2~3개월이 걸리던 행정 절차가 사라지면서, 해외 수주를 위한 성능시험이나 개조·개발 작업도 훨씬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수출 경쟁력은 강화되고, 군의 전력 공백 부담도 줄어드는 셈이다.
실제로 보유 장비 부족으로 수출 협상이 지연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이라크가 한국과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궁Ⅱ 8개 포대 도입 협상을 하면서 먼저 3개 포대부터 신속히 받을 수 있을지 문의해 왔다. 하지만 당시 군의 천궁Ⅱ 전력화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 탓에 1개 포대도 보내지 못했다. 연구 목적으로 확보한 것이라도 좋으니 보내달라는 이라크 측의 요청에도, 이를 들어주지 못해 협상은 늦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개정안에 따라 현재 수출 주력 상품인 K9A1과 포탑 완전자동화 개발이 진행 중인 K9A2 자주포, 보병전투장갑차(IFV) ‘레드백’ 등 주요 장비를 자사 소유로 확보하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최근 국회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방산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제품 혁신뿐만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에도 큰 도움을 받게 됐다”며 “중요한 마케팅 활동 기회에서 비용 절감 효과와 동시에 신속한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KAI(한국항공우주산업)도 국가별 요구사양(옵션)에 맞춘 ‘수출형 모델’을 별도로 관리하며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AI 관계자는 “가령 무기체계에 해당 국가 국기로 도색을 하는 등 다양한 국가와 수출 협의 과정에서 더 용이해질 것”이라며 “현지 업체와 협력해 그 나라에 맞춘 무기체계를 R&D 단계에서부터 신속하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기업의 애로사항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며 K-방산 성장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기술 소유권에 이어 실물 자산의 운용 자율성까지 확보되면서 K-방산의 글로벌 마케팅과 기술 고도화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