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 끝났는데 허리가 아프다면?

암 치료 끝났는데 허리가 아프다면?

글·장웅규 원자력병원 신경외과 과장

기사승인 2025-12-15 08:00:05

허리 통증은 우리가 살면서 흔히 겪는 증상이다. 대부분 디스크나 퇴행성 관절 질환쯤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암 병력이 있는 분들이 약물이나 물리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 허리 통증을 겪는다면 척추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흔하다고 해서 허리 통증을 가볍게 넘기면, 암이 상당히 진행되어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척추는 경추(목), 흉추(등), 요추(허리)로 이루어진 우리 몸의 기둥이다. 단순히 몸을 지탱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요한 척수를 보호하며 중추신경 신호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척추암은 척추 자체에서 발생하는 원발성 척추암과 폐암, 유방암, 간암, 전립선암 등 다른 장기에서 전이되어 발생하는 척추 전이암으로 나뉘는데, 이 중 척추 전이암이 훨씬 더 흔하다. 암 경험자에게 나타나는 새로운 허리 통증은 단순 근골격 통증보다 전이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척추암은 초기에는 일반적인 허리 통증과 매우 비슷해 구분하기가 어렵다. 단순한 허리 통증만 있거나 다리가 당기는 느낌이 동반될 수도 있고, 특별한 신경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암이 진행되면서 척추 손상, 골절, 신경 압박 등이 발생하면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배뇨장애가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한 경우에는 완전 하지마비 상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암 경험자의 경우, 이전에 없던 허리 통증이 지속되거나 통증의 양상이 변하면 미루지 말고 지체 없이 전문의의 진료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조기 발견의 핵심이다. 

척추암의 정확한 진단에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필수적이다. MRI는 암의 위치를 파악하고 척수 및 신경 압박 정도를 매우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암 병력이 있는 분들은 다른 장기에서 척추로 전이된 암이 의심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필요에 따라 뼈 스캔(bone scan)이나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CT) 검사를 추가로 시행해 전이 여부를 면밀하게 확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척추암으로 인해 신경이 압박되어 하지마비가 발생했다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하지마비 발생 후 48시간이 지나면 수술을 하더라도 신경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은 암 덩어리를 최대한 제거하고, 나사못과 금속판으로 척추를 견고하게 고정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만약 다리 힘은 약하지만 일부 움직임이 가능한 하지마비의 경우에는 방사선 치료와 스테로이드 병용 요법으로 신경 회복을 먼저 시도하며, 효과가 미미할 경우 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수술 후에도 척추 안정성이나 신경 회복이 충분하지 않아 통증이 남을 수 있다. 초기에는 무통 주사로 통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이후 경구용 진통제를 복용하며 점진적으로 움직여 근육을 강화하는 재활 과정을 거친다. 통증이 장기화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에는 보조기 착용, 약물 치료, 고주파 치료, 신경차단술, 척수신경자극술, 물리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병행하여 통증을 관리하고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척추암과 일반 허리질환을 구별하기 어렵지만, 과거 암 병력이 있는 분들의 경우 허리 통증은 단순한 노화나 디스크 문제가 아니라 암의 전이나 재발 신호일 수 있음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조기 전문 진료는 암 경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건강한 일상을 지키는 핵심이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는 통증 경감과 신체 기능 회복에도 큰 차이를 만든다. 허리 통증을 단순히 나이 탓이나 디스크로만 여기지 말고,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될 경우, 특히 암 병력이 있는 분들은 반드시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장웅규 원자력병원 신경외과 과장

[생활 속 관리·예방 팁]
△앉을 때 허리 쿠션 사용, 1시간 이상 장시간 앉지 않기
△물건 들 때 무릎을 굽히고 몸에 가깝게 들어올리기, 무거운 물건 주의
△침대에서 일어날 때 상반신을 바로 일으키지 않고, 옆으로 구르며 안전하게 일어나기
△약물이나 물리치료만으로 통증이 개선되지 않으면 전문 진료와 영상검사 받기
△수술 후에도 근력 강화, 규칙적인 운동, 적정 체중 유지, 통증 조절 병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