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내렸던 자동차보험료가 내년엔 오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누적된 인하 효과에 차량 수리비 상승까지 겹치고 있어서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 등 주요 4개 손해보험사는 최근 보험개발원에 자동차보험 요율 검증을 의뢰했다. 손보사들은 2.5% 안팎의 인상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 인하 부담·수리비 상승 ‘이중 압박’
최근 자동차보험 부문의 수익성이 약화된 데다 손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논의의 배경으로 꼽힌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가운데 보험금으로 지급된 비율로, 수치가 높아질수록 수익성은 악화된다.
올해 1~11월 기준 대형 4개사의 평균 손해율은 86.2%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8%포인트 높아졌다. 11월 한 달 손해율은 92.1%까지 치솟았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2년 77.1%, 2023년 78.0%, 2024년 80.2%, 2025년 상반기 83.3%로 3년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손해율 상승은 합산비율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합산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한 지표로, 100%를 넘으면 보험료보다 보험금과 비용이 더 많이 나가 적자를 본다는 의미다. 자동차보험 합산비율은 2022년 상반기 93.3%에서 2025년 상반기 99.7%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사업비율이 16%대에서 큰 변동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손해율 악화가 수익성 저하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는 손해율 상승의 가장 큰 원인으로 누적된 보험료 인하 효과를 지목한다. 손보사들은 상생금융 기조에 맞춰 2022년 평균 1.2% 인하를 시작으로 2023년 1.9%, 2024년 2.5%, 2025년 0.9%까지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최근 4년간의 인하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반영되며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부품 가격과 공임 단가 등 차량 수리비가 꾸준히 오르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방 진료비와 간병비 등 일부 손해배상 관련 의료비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는 연말 기상 악재까지 겹칠 경우 누적 손해율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형 4개사 기준 손해율이 87% 수준까지 오르고 합산비율이 103~104%에 달하면, 올해 자동차보험 적자가 6000억~7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이는 2019년 1조6445억원 손실 이후 최악의 실적이다.
“가격 민감도 높은 시장…신중 판단 불가피”
다만 실제 보험료 인상에 나서기까지는 신중한 판단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자동차보험이 의무보험인 만큼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약 85%의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고민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사고가 없는 가입자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비판 가능성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 구조 역시 변수로 꼽힌다. 보험료를 소폭만 올려도 가입자가 다른 보험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시장은 가격에 매우 민감해 보험료를 올리면 시장점유율이 크게 빠질 수 있어 선뜻 올리기 어렵다”며 “보험사들은 인상 시 예상되는 시장 점유율 변화와 경쟁사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략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