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장 교체기 임박…내부 출신 이어갈까

기업은행장 교체기 임박…내부 출신 이어갈까

기사승인 2025-12-31 16:32:21 업데이트 2025-12-31 16:35:12
기업은행 본점 전경. 기업은행 제공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의 임기 만료가 임박하면서 차기 행장 인선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책은행장에 내부 출신이 잇따라 기용되면서 기업은행 역시 내부 승진이 ‘대세’로 굳어질지, 쇄신을 내세운 외부 인사가 발탁될지를 두고 전망이 엇갈린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성태 행장의 임기는 다음 달 2일 종료된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장 선출은 별도의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지 않고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사 과정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만큼 정치·정책적 판단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김성태 현 기업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재임 기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내부 신망이 두텁지만, 역대 연임 사례가 두 번에 불과해 교체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권 교체 이후 소위 ‘친(親) 정부’ 인사의 발탁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유력한 차기 은행장 후보로는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가 거론된다. 기업은행 전무는 통상 차기 행장 후보군의 전초기지로 여겨지는 자리로, 김 행장 역시 과거 전무를 거쳐 은행장에 올랐다.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와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 역시 유력 후보로 꼽힌다. 이들 모두 기업은행에 입행해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친 ‘IBK맨’으로 평가된다.

최근 국책은행장 인사에서 내부 인사를 중용하는 흐름도 내부 승계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지난 9월 산업은행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중앙대 법대 동문인 박상진 회장이 취임하며 처음으로 ‘산은맨’ 출신 행장이 탄생했다. 수출입은행도 1990년 입행 이후 핵심 부서를 두루 거친 황기연 상임이사가 23대 행장으로 임명되며, 전임 윤희성 행장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내부 발탁 기조를 이어갔다. 국책은행인 산은과 수은 수장이 모두 내부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두 자리 모두 금융위·기재부 출신 관료들이 사실상 독식해 온 만큼, 이번 인사는 새 정부의 ‘탈(脫)모피아’ 기조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외부 인사가 낙점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역대 행장 중 내부 출신은 김 행장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하며, 정권과 코드가 맞는 관료 출신이 중용돼 왔다. 특히 올해 초 터진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뇌관으로 꼽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성태 행장을 상대로 사고 축소 보고 의혹을 지적하며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고 질타했다. 조직 쇄신과 대외 신뢰 회복을 명분으로 외부 인사를 투입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외부 인사 중에서는 도규상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변수는 노조의 반발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외부 낙하산 인사에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인선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내부·외부 출신을 막론하고 자질이 떨어지는 낙하산 인사에는 반대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류장희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다른 공공기관은 임추위 절차를 거치는데 기업은행은 깜깜이로 진행된다”며 “함량 미달의 정권 측근 임명, 보은 인사를 답습한다면 노동자들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국책은행장에 낙하산 인사는 절대 안 된다’는 성명서를 내고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 기업은행장 낙하산 인사에 맞서 끝까지 투쟁한 경험이 있다”며 “정부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책임 있는 인사로 응답하길 기대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장은 금융위 제청 구조상 막판까지 윤곽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현재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인 만큼, 차기 행장은 취임 직후부터 노조와의 관계 정립과 내부 안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