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46만대, 내수는 1만5000대…‘한국’GM에 ‘한국 시장’은 필요한가

수출은 46만대, 내수는 1만5000대…‘한국’GM에 ‘한국 시장’은 필요한가

내수 1만5000대 그친 한국GM…3억달러 투자에도 반등은 ‘미지수’
수출 물량은 44만7216대로 사실상 GM 견인 
3억달러 투자로 ‘철수설’ 진화했지만…

기사승인 2026-01-09 06:00:10
2025 대한민국미래모빌리티엑스포에 마련된 제너럴 모터스(GM) 부스 전경. GM

국내 시장에서 한국GM의 존재감은 빠르게 희미해지고 있다. 한 달 내수 판매는 1000대 아래로 내려앉을 때도 있었고, 판매 차종은 소형 SUV 위주로 축소됐다. 반면 생산 물량의 대부분은 해외로 향한다. 내수와 수출의 간극이 극단적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한국GM은 3억달러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한국GM의 최근 실적과 사업 구조를 놓고 보면, ‘내수 부진’은 단순한 판매 감소라기보다 한국 시장 내 역할 변화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판매 비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동안 한국GM의 생산과 실적의 중심은 점차 해외, 특히 북미 시장으로 이동해왔기 때문이다.

한국GM은 지난 한 해 동안 완성차 기준 총 46만2310대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내수 판매는 1만5094대에 그쳤고, 수출 물량은 44만7216대로 전체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적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두 차종이 사실상 떠받쳤다.

문제는 내수다. 지난해 누적 내수 판매량 1만5094대는 경차 스파크를 앞세워 연간 18만대를 판매했던 2016년과 비교하면 약 12분의 1 수준이다. 같은 기간 르노코리아와 KGM은 각각 5만2271대, 4만249대를 기록하며 한국GM을 크게 웃돌았다. 국내 판매 규모 자체가 구조적으로 축소된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한국GM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수출 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공장 가동의 명분은 확보되지만, 내수 회복에 대한 동기는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밖에 없다. 

오직 4개의 차종으로만 승부 보는 한국GM

2026년형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RS 미드나잇 에디션. GM 

차량 라인업 축소도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한국GM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차종은 △트랙스 크로스오버 △트레일블레이저 등 소형 SUV 2종과 △픽업트럭 콜로라도 △GMC 시에라 등 총 4개뿐이다. 스파크와 말리부가 각각 2022년과 2024년 단종되며 세단 라인업은 사라졌고, 하이브리드 모델도 전무하다. 중형·준중형, 하이브리드 등 수요가 집중되는 세그먼트에서 한국GM의 선택지는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하이브리드와 전동화 모델 부재는 향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저공해차 보급 목표를 단계적으로 상향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내수 판매 구조 전반의 전환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8% 수준인 저공해차 판매 비중은 2030년 50%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제조사와 수입사에는 대당 기여금 부담도 늘어난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라인업이 제한적인 한국GM으로서는 내수 회복이 쉽지 않은 데다, 중장기적으로는 제도 변화에 따른 비용 압박까지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친환경차 판매 비중이 중요 요소는 맞지만, 기여금 측정 프로세스를 봤을 때 완성차 판매 요소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복합적으로 보고 평가할 것이기에 당분간은 버틸 수 있는 구조”라며 “그럼에도 정책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잘 인지하고 있고, 제시된 기준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 밝혔다. 

‘철수설’ 도는 상황에서 3억달러 투자한 한국GM 

2025 GM 테크데이에서 설명을 듣고 있는 헥터 비자레알 GM 한국사업장 사장. GM 

이런 가운데 한국GM은 지난해 12월 3억달러(약 4400억원)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철수설 진화에 나섰다. 부평·창원공장의 생산성 제고와 SUV 생산 확대, 인천 청라 주행시험장에 ‘버추얼 엔지니어링 랩’을 구축해 한국을 글로벌 엔지니어링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회사는 이를 통해 2028년 이후에도 국내 생산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투자가 내수 반등으로 직결될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GM은 올해 GMC 3종과 뷰익 1종 등 4개 신차를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지만, 한국 공장에서의 신차 생산 없이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을 들여와 판매하는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지금의 한국GM은 생산 라인을 늘리기는커녕 줄이고 있어, 완성차 제조사라기보다 수입차 대리점 구조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차종 다양화와 함께 생산·설비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며 “매각만 반복되고 실질적인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면, 3억달러 투자 역시 단기 관리 차원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