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밴드 활동을 하는 ‘나진악단’의 주용진씨는 지난 6월 오랫동안 염원해 온 무대에 올랐다. 부산 경성대 인근에 위치한 공연장 오방가르드에서의 공연이었다. 주씨는 지난달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방가르드는 지역 인디 신(Scene)에서 활동하는 팀들에게 꼭 한번은 넘어야 할 관문 같은 곳”이라며 당시 무대를 회상했다.
오방가르드는 부산 남구 용소로 지하에 있는 공연장 겸 뮤직펍이다. 주말마다 지역 기반 뮤지션들의 공연이 이어지는 이곳은 아티스트와 관객 모두에게 ‘인디 음악의 성지’로 불린다. 오랜 기간 부산 인디 음악의 중심을 지켜온 비결은 무엇일까.
부산의 지역 문화는 오랫동안 대학가를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인디 음악 역시 부산대, 경성대, 부경대 인근의 소규모 라이브 클럽과 카페를 거점으로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부산 출신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주목받은 밴드들도 주기적으로 등장했다. 2012년 결성해 2집 앨범 ‘Where We Were Together’로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을 수상한 ‘세이수미’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부산의 인디 음악 신은 지방 소멸의 영향 속에서 점차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의 ‘통계로 보는 동남권 청년의 삶 2025’에 따르면, 2024년 부산 청년 인구는 75만7000명으로 2015년 대비 약 21만명 감소했다. 인디 음악 신을 지탱해 온 부산의 대학가 역시 과거에 비해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럼에도 오방가르드는 여전히 경성대 앞 대학가에서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오방가르드 이승철·정윤아 대표는 “즐겨 찾던 지역의 문화 공간들이 하나둘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늘 안타까움이 있었다”며 “‘조금이라도 빨리,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오방가르드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난관은 존재한다. 두 대표는 “부산 신 자체 리스너와 관객이 많이 줄어든 것이 체감된다”며 “로컬 신의 자본 규모가 아직은 작은 데다, 관련 기관과 지원 사업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서울)에 비해 소통의 기회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그렇다면 오방가르드가 7년째 경성대 앞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답은 결국 ‘사람’이었다. 두 대표는 “공간을 찾아주는 열정적인 아티스트들과 마음이 열린 관객들, 그리고 함께 고민해 준 지역 기획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오방가르드는 부산에서 음악이 단순히 소비되는 데 그치지 않고, 뮤지션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만들어가는 공간을 지향한다. 지역 뮤지션들의 공연을 꾸준히 기획하는 이유에 대해 두 대표는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많다”며 “그들이 오방가르드의 무대를 통해 성장하고 관객과 만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험이 결국 신 전체를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방가르드는 주기적으로 지역 신진 뮤지션들에게 무대를 제공한다. 분기별로 진행되는 공연 기획 ‘루키즈 온 더 블록’은 2021년부터 시작됐다. 두 대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신 내 공연 기획과 신인 뮤지션들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며 “그만큼 이들이 설 무대가 절실한 시기였다”고 첫 기획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지역 기반의 신진 뮤지션들이 꾸준히 등장해야 신 역시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오방가르드의 가장 큰 목표는 단단한 지역 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터뷰 말미 두 대표는 “대단한 계획보다는 이 공간이 계속 살아남아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내 인식과 제한적인 인프라, 새로운 마니아층의 유입 등 아직 넘어야 할 과제는 많다”면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아티스트와 대중이 만나는 판을 내실 있게 키워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