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관세 합의 이후 한국에 대한 관세율 상향을 전격 시사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중장기 전략 불확실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관세 인상 여부는 물론, 미국이 관세 기준을 언제든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 기업 경영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이 합의된 무역 협정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목재·의약품 등 상호관세를 기존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국가의 관세를 다시 원상 복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주의 관세 인하 합의를 뒤집은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무역 협상을 마친 국가들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기습 발표에 대해 △미국 중간 선거 △미‧중 패권다툼 △한국 투자 압박 등의 이유가 맞물린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 의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린란드, 탄핵 등 압박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무역 흑자, 미국 내 고용률 등을 위해 한국의 미 투자에 대한 합의를 앞당기려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관세를 통해 중국을 압박하려 했으나 희토류 등을 이유로 세 차례 정도 유예했다”라며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가다보니 견제용으로 관세 카드가 아직 유효하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관세율 인상 가능성 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양국이 합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관세 인상은 치명적이라고 경고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카드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약점도 보이면 안 된다”라며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미국 측에서 관세를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의 관세율도 중요하지만 해당 기준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치명적이며 장기 플랜을 세우기도 쉽지 않아졌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외교·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해 왔고, 발언을 번복하거나 유예한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덴마크령 그린란드 병합 시도 중 이에 반발하는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상호관세 인상을 발표했다.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병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에 대해 2월1일부터 10% 관세를 부과하고, 6월1일에는 이를 25%로 인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나흘 뒤 이를 철회했다.
함유근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에서는 단순히 관세가 올랐다는 측면보다 전체적인 수요‧공급의 차질, 공급사슬, 협력업체 등 연쇄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라며 “관세가 15%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나 이로 인한 제조 스케줄, 판매 마케팅, 원자재 조달 등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적인 면모로 SNS를 활용해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등의 방식을 활용한다”라며 “이전 미국 대통령들과는 다른 면모이기에 정부에서도 정확히 의도를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정부는 사태 진화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27일 오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대책 회의에 참석해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대응 계획을 논의했다. 캐나다에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유선으로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에서 동 회의에 참석했다.
김 장관은 캐나다 일정이 종료되는 대로 미국을 방문해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관련 내용을 협의할 계획이다. 여 본부장도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산업부는 “관계부처와 긴밀히 공조해 우리 정부의 관세합의 이행 의지를 미측에 전달하고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