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올해 공공기관 지정을 피한 데 이어, 특별사법경찰(특사경) 권한 확대에도 성공했다. 주요 현안마다 실리를 챙기며 이재명 정부의 ‘실세 기관’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개최하고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2009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된 금감원은 2017년 채용 비리와 방만 경영 논란이 제기되면서 재지정 압박을 받아왔다. 공공기관이 될 경우 금융위 지도·감독에 더해 재경부의 경영평가까지 받아야 해 조직의 자율성이 크게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공운위는 “금감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면서도 “금융감독 기구의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지정을 유보했다. 대신 기관장 업무추진비 상세 내역 공개 등 금감원에 대한 금융위의 통제를 공공기관 이상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예상 범위 내 조치로, 금감원은 조직 자율성을 지켜내며 실익을 거뒀다는 평가다.
금감원의 또 다른 승전보는 ‘특별사법경찰(특사경)’권한 확대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라”며 금감원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앞서 금감원은 자본시장 불공정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위해 ‘인지수사권’ 도입과 ‘민생 특사경’ 도입을 주장해 왔다. 기존 체계에서는 제재심과 증선위를 거치는 데만 약 11주가 소요돼 ‘수사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금융위는 민간기구가 스스로 수사 착수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에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해 왔으나. 이 대통령의 지시로 국면이 전환됐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금융위와의 주도권 싸움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12일 금융위 산하 기관 업무보고에서 금감원이 최종 명단에서 빠진 점도 이같은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금감원은 당초 업무보고 대상으로 분류돼 ‘국민 사서함 의견’을 받는 절차까지 진행했으나, 최종 제외돼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쏠렸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대통령과 가까운 실세 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는 법적 상하 관계를 강조하며 견제에 나섰다. 금융위 설치 등에 관한 법률(금융위설치법)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위로부터 감독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산하기관이다. 예산, 인력뿐만 아니라 금감원을 지도·감독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 전반을 금융위가 의결하는 구조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업무보고 다음날인 13일 “금감원이 보고 대상에 포함되느냐와 관계없이 양 기관의 관계는 금융위설치법에 명시돼 있다”며 “금감원은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아 위탁 업무를 수행하는 산하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예산과 인력 전반을 금융위가 의결하는 구조를 상기시키며 서열 정리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 수장인 이억원 위원장 역시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문제에 대해 “금감원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필요성은 중론”이라며 “금융의 특수성을 고려해 주무부처인 금융위가 직접 통제하는 방식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무게감 있는 현안들이 금감원이 추진해온 방향으로 정리되면서, 당국 내 금감원의 보폭이 부쩍 넓어진 분위기”라며 “금융위가 지도·감독 기능을 강조하며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금감원의 정책 추진동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누가 더 우위에 있느냐를 따질 때가 아니라, 시장 안정을 위해 두 기관이 어떻게 협력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 아니겠나”라며 당국 간의 원활한 소통을 과제로 꼽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