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양극화에 엇갈린 회복세…오프라인 유통 ‘체력 차이’ 극명

소비 양극화에 엇갈린 회복세…오프라인 유통 ‘체력 차이’ 극명

지난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11.8% 성장, 오프라인은 0.4% ‘제자리 걸음’
소비 양극화에 백화점 구매단가 증가로 4.3% 성장…편의점은 0.1% 주춤
대형마트 매출 4.2% 감소 부진 이어져…체질 개선·본업 경쟁력 강화 전략

기사승인 2026-02-02 17:18:24
경기 한 창고형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이다빈 기자

고물가 속에서도 지난해 유통업계 전체 매출은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지만, 회복의 온도는 채널별로 뚜렷하게 갈렸다. 온라인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안 오프라인은 간신히 제자리걸음을 했고, 같은 오프라인 안에서도 백화점·편의점·대형마트 간 희비가 엇갈렸다. 가격대별 소비 양극화와 고객·상품 구조 차이로 유통 채널 간 ‘체력 차’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5년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이 11.8% 늘며 성장을 이끈 반면, 오프라인 매출은 0.4% 증가에 그치며 회복세가 제한적이었다.

오프라인 전체 유통 채널은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하반기 들어 새 정부 출범 이후 추경 예산 집행과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내수 진작 정책에 따른 소비심리 개선이 일부 반영되며 흐름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백화점(4.3%), 편의점(0.1%), SSM(기업형 슈퍼마켓, 0.3%)이 연간 기준으로는 소폭이나마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다만 채널별 실적을 들여다보면 고물가와 금리 부담 속에서 가격대별 소비 양극화와 이에 따른 채널별 체력 차가 더욱 뚜렷해진 모습이다. 가격 민감도가 낮은 고가 채널은 상대적으로 방어에 성공한 반면,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채널은 회복이 더뎠다. 여기에 온라인 대체 가능성 여부 역시 채널별 실적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백화점과 편의점은 상반기 성장세가 다소 주춤했으나, 하반기 소비심리 회복에 힘입어 7월부터 6개월 연속 성장세를 이어가며 연간 기준으로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특히 백화점은 VIP를 중심으로 한 고가 소비와 외국인 수요 회복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백화점 구매건수는 2월부터 9월까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구매 단가는 2월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9월(10.1%)과 11월(12.0%)에는 구매 단가가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매출 방어에 기여했다.

반면 편의점은 점포 수 감소 영향으로 성장 폭이 제한됐다. 편의점 4사 점포 수는 2024년 말 5만4852개에서 지난해 말 5만3266개로 줄었다. 지난해 구매건수 감소와 함께 객단가 정체도 두드러졌다. 구매 단가는 상승세를 유지했으나 월 평균 약 2.7% 상승에 그치며, 업체들은 PB 상품과 건강기능식품, 패션·뷰티, 특화 상품 등 고마진 상품 비중을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대하는 전략에 나서고 있다.

권용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6월 이후 한국 소비자심리지수는 110pt 내외에서 머물고 있고 국내 주식 시장도 수출 경기 호조에 따라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방한 외국인 관광객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 1분기에도 백화점 매출은 명품과 패션 등을 중심으로 높은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작년 4분기 못지 않은 기존점 매출 성장세를 나타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2월 중순 이후에는 한중 관계 개선, 중일 갈등 심화, 원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매출 증가세가 추가적인 실적 개선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외국인 매출 성장률 레벨에 따라 백화점 업체들의 기존점 매출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서울 마곡에서 열린 한 온라인 유통업체 행사에 방문객들이 부스 체험을 하고 있다. 이다빈 기자

반면 대형마트 매출은 4.2% 감소하며 오프라인 채널 중에서도 부진이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1월 설 연휴와 10월 추석 연휴를 제외한 대부분의 월에서 역성장을 기록하며 2024년에 이어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SSM은 상반기에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하반기 들어 다시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주요 매출원인 식품 매출 부진으로 점포당 매출은 2024년 12월 이후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이에 대형마트들은 올해 외형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점포 효율화와 체질 개선 등 구조적 수익성 저하를 상쇄하기 위한 전략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특히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집중되고 있다. 이마트는 그로서리 강화형 점포를 확대하며 대규모 식자재 할인 행사를 통해 소비자 유입을 늘리고 있고, 롯데마트 역시 식료품 특화 모델인 ‘그랑그로서리’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 홈플러스가 지난해 12월 5개 점포 폐점에 이어 올해 1월에도 7개 점포 폐점을 진행하면서, 경쟁사에는 반사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오프라인은 0.4%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진하다고 평가한다”며 “할인점 2위 사업자인 홈플러스 폐점이 본격화되기 시작하였고, 편의점 수익성 악화에 따라 점포 스크랩이 빠르게 나타났다. SSM의 경우에도 인플레이션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하반기 정부의 재정정책 효과도 일부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년간 유통산업 흐름을 살펴봐도 온라인 성장과 대형마트 위축은 뚜렷하다. 전체 유통업체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6.7% 성장했으며, 오프라인 채널이 2.6% 성장하는 동안 온라인 채널은 10.1% 성장하며 전체 성장을 주도했다. 온라인 비중은 2020년 48.2%에서 2025년 59.0%까지 빠르게 확대됐다.

5년간 오프라인 채널 가운데서는 백화점이 5.7%, 편의점이 5.6% 성장한 반면, SSM은 1.0% 성장에 그쳤고 대형마트는 4.2% 감소하며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단기적인 경기 변동을 넘어 채널별 고객 구조와 상품 구성, 온라인 대체 가능성 차이에 따른 체력 격차가 본격화되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 교수는 “온라인 비중이 확대되고 유통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동남아나 일본 등 해외 사례를 보면 오프라인 유통은 여전히 견고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며 “유통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하고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 정책과 규제 완화도 일정 부분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프라인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이 소비자들을 매장에 더 오래 머물게 하는지,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전 과정에서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