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VC협회장 “벤처 생태계, 마지막 골든타임…회수시장 병목 뚫어야”

김학균 VC협회장 “벤처 생태계, 마지막 골든타임…회수시장 병목 뚫어야”

“VC, 구조 자체가 생산적 금융 전형”
회수시장 병목, ‘코스닥·코넥스 시장 정상화’로 풀어야
“정책금융은 마중물…VC 의사결정 질 높여야”

기사승인 2026-02-04 11:00:15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VC)협회장. VC협회 제공.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은 벤처 생태계의 선진화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이 우리 벤처 생태계를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입니다.”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의 첫마디에는 위기감이 묻어났다. 자금이 금융시장 안에서만 맴도는 ‘자금 쏠림’을 끊고, 기업·기술·산업으로 흐르게 하는 ‘생산적 금융’이 화두로 떠올랐지만 정작 이를 떠받칠 회수시장과 제도 인프라는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진단에서다. 김 회장은 생산적 금융의 성패가 결국 막힌 ‘회수 혈관’, 즉 회수시장을 얼마나 빨리 복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VC, 구조 자체가 생산적 금융 전형”

김학균 회장은 우선 생산적 금융의 핵심을 “자본이 단순히 이자와 담보를 좇으며 금융시장 안에서 공회전하는 구조를 넘어 기업의 혁신과 성장, 산업 경쟁력 강화, 실물경제의 생산성 제고에 더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전통 금융이 담보·이자 중심의 단기 안정성을 우선한다면, 생산적 금융은 기업과 산업의 성장 잠재력에 기반한 장기 자본 공급과 미래 부가가치 창출에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벤처캐피탈(VC)의 역할은 한층 분명해진다. 김 회장은 “VC는 정책자금과 민간 자본을 벤처펀드로 모아 혁신 기술을 보유한 유망 스타트업·벤처기업에 공급하는 구조 자체가 생산적 금융의 전형에 가깝다”며 “단순히 자금을 넣고 빼는 것이 아니라 비상장 단계부터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전까지 거의 전 성장주기를 함께하는 동반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수시장 병목, ‘코스닥·코넥스 시장 정상화’로 풀어야

문제는 현재 벤처 생태계의 가장 큰 병목이 ‘회수시장’이라는 점이다. 김 회장은 “시중 유동성과 벤처펀드 자금은 충분하지만 나가는 길이 막혀 투자 선순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신규 벤처투자 금액은 10조원을 넘는 수준이지만 코스닥 기업공개(IPO)를 통한 기관투자자의 회수 여력은 상당히 제한적으로, 결국 자금이 안정적으로 회수 가능한 후기 기업과 일부 검증된 기업에 쏠리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해법으로 김 회장은 ‘코스닥·코넥스 시장 정상화’를 꼽았다. 코스닥이 혁신기업의 상장 뒤에도 계속 성장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나스닥처럼 상장 기업이 충분한 지원을 받으며 장기 성장하는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넥스 역시 단순한 ‘준비 시장’이 아니라 기술력 있는 기업이 한 단계씩 올라설 수 있는 성장 사다리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코스닥 정상화의 핵심 변수로는 ‘기관의 장기 자금 유입’을 들었다. 그는 “지금처럼 개인투자자 위주의 단기 매매 시장으로는 생산적 금융이 뿌리내리기 어렵다”며 “코스닥을 연기금·공제회 같은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성장성과 펀더멘털을 보고 장기 투자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힘줘 말했다. 그래야만 회수시장이 살아나고 ‘벤처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이 민간 중심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논리다.

김 회장은 ‘국민성장펀드’를 향후 5~10년 생산적 금융 전환의 성패를 가를 변수로 봤다. 그는 “국민성장펀드가 성공 사례를 만들면 연기금·공제회 등 장기 기관 자금이 생산적 금융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책금융은 마중물…VC 의사결정 질 높여야”

정책금융의 역할에 대해서는 공과를 분명히 했다. 단기성과에 치우쳐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그간의 역할은 인정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년간 모태펀드가 국내 벤처 생태계 초기 성장 단계에서 민간 자본이 들어가기 어려운 지역, 여성, 신기술 등 사각지대를 보완하며 마중물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제는 정책금융이 민간 중심 혁신 생태계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도록 유도해야 할 시점이라 판단했다. 그는 “벤처기업의 범위를 코스닥 상장사까지 넓혀 장기 투자를 받으면 스타트업 투자는 자연스럽게 민간 중심으로 전환될 것”이라며 협회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 설계에 계속 전달할 것을 약속했다.

VC 업계를 향한 자성의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김 회장은 “최근 VC 업계에서는 출자자 선호가 출자확약서(LOC)를 많이 보유한 일부 대형사에 집중되는 양극화 경향이 있다”며 “중소형사는 회사 경영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를 수취해야 하기 때문에 펀드 성과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럼에도 VC 업계 스스로 투자 의사결정의 질을 높여야 한다”면서 “결과적으로 단기 밸류에이션 경쟁은 혁신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생태계 전반의 투자 효율성을 저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벤처 생태계 선진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

아울러 김 회장은 벤처투자를 둘러싼 ‘과도한 위험 인식’과 규제 환경도 생산적 금융의 걸림돌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벤처펀드는 펀드 구조를 통해 분산투자를 하고 있고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이 9% 이상임에도 벤처투자를 ‘위험하다’고 보는 선입견이 강하다”며 “정확한 통계와 정보를 바탕으로 규제를 줄여 모험자본이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변화에 대해 김 회장은 ‘글로벌 게임 체인저’를 육성하는 시스템 안착을 들었다. 김 회장은 “그동안 ‘창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는 성과를 냈다면 이제는 코스닥 시장에 우수한 기관투자자 비중을 높여 상장 기업들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지금이 우리 벤처 생태계를 선진화·글로벌화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대한민국의 미래는 벤처 생태계의 선진화에 달려 있고, 그 초석을 놓는 데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역할을 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