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CC 6800가구 공급 계획에…“교통 확충 선행돼야”

태릉CC 6800가구 공급 계획에…“교통 확충 선행돼야”

기사승인 2026-02-04 06:00:11 업데이트 2026-02-04 09:41:37
3일 오후 12시 30분경 서울 노원구 태릉CC 근처에서 교통 혼잡이 나타나고 있다. 이유림 기자


“이 일대는 교통이 가장 큰 문제지. 출퇴근 시간만 되면 차량 정체가 심해서 가지를 못 해. 정부가 여기에 주택을 공급할 생각이 있다면 교통 대책부터 마련해주면 좋겠어” (노원구 주민 A씨)


3일 찾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CC 일대는 인적이 드문 채 한적한 모습이었다. 다만 태릉CC 앞 도로는 출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차량 통행이 잦아 혼잡한 분위기를 보였다. 태릉CC 앞쪽으로는 기존 아파트 단지들이 줄지어 있었으며 뒤편으로는 경기 구리 지역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해 있었다.

앞서 정부는 ‘1·29 주택공급안’의 일환으로 수도권에 약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노원구 태릉CC 군 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6800가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중저층 주택 위주의 개발과 함께 중층 오피스텔을 포함해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주거공간을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태릉CC 개발 사업은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될 예정이다.

현장에서 만난 노원구 주민들은 정부의 공급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교통망 개선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태릉CC 일대는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교통 혼잡이 심각한데 6800가구가 추가로 공급될 경우 교통난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민 B씨는 “공릉동 일대는 이미 교통이 마비 상태”라며 “경기도에서 넘어오는 차량과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차량이 뒤엉켜 항상 정체가 심한데 태릉CC 뒤편으로 구리갈매역세권 아파트까지 준공되면 차량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태릉CC와 인접한 갈매역 일대에는 대규모 아파트 개발이 진행 중이다. 구리갈매역세권 공공주택지구가 조성 중으로 A4블록은 2028년 1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A1블록 역시 2028년 9월 준공을 목표로 개발이 한창이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들 신규 주거지에서 발생하는 교통 수요까지 겹칠 경우 일대 교통 여건이 한층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 C씨도 “이 일대는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교통 체증이 심각한 곳”이라며 “정부가 이곳에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려면 도로를 확장하든, 지하철 노선을 늘리든 교통 대책을 먼저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노원구 공인중개사 D씨 역시 “갈매지구와 별내에서 넘어오는 차량이 몰리면서 일대 도로가 늘 북새통”이라며 “주택 공급에 앞서 교통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태릉CC를 개발해 1만 가구를 공급하려 했으나 주민들이 교통 혼잡과 생활환경 악화를 우려하며 반발해 계획이 무산됐다. 이후 정부는 생활 여건을 고려해 공급 규모를 6800가구로 줄였다. 또 태릉CC 개발과 관련해 교통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1·29 주택 공급안’ 발표 당시 대규모 주택 공급이 예정된 태릉CC에 대해 주민을 위한 교통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철조망 너머 태릉CC 부지의 모습. 이유림 기자


환경 보존·세계문화유산 보호 목소리도

현장에서는 태릉CC를 자연환경 보호 차원에서 개발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왔다. 주민 E씨는 “서울은 재개발·재건축으로 높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남은 녹지 공간이 없다”며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로 남겨둔 곳도 많지 않은 만큼 환경 보호를 위해 두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실제 태릉CC의 경우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는 상황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서울환경련) 역시 개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울환경련은 “택지 개발 재추진은 공급 물량을 맞추기 위해 세계유산과 그린벨트라는 마지막 공적 자산을 ‘손대기 쉬운 재고 물량’으로 취급한 것”이라며 “한번 훼손된 세계유산의 경관과 생태계는 되돌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태릉CC 개발이 세계문화유산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태릉CC 부지 뒤편에는 조선왕릉인 태릉과 강릉이 위치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태릉CC와 조선왕릉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을 대조한 결과, 사업지의 약 13%가 보존지역과 겹친다. 비율과 상관없이 세계유산지구에 일부라도 포함되거나 접하는 개발사업은 세계유산영향평가(HIA)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실제로 2020년에도 해당 지역 개발은 세계문화유산 경관 훼손 가능성 때문에 진행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국가유산청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1·29 주택 공급 기자회견에서 “과거에는 세계유산 영향 평가 준비가 부족하고 관계 부처 간 이견이 있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번에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평가를 받고, 평가에 맞춰 충분히 준비한 뒤 진행하면 사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국가유산청과 국토부가 현재까지 원활하게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주택공급을 위해 정부가 주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는 교통이나 인프라 등 각 분야에서 주민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필요한 충원 방안을 제시해 협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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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