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한국GM 직영센터…세종·인천서 번지는 ‘AS 공백’ 불안 [흔들리는 한국GM①]

문 닫는 한국GM 직영센터…세종·인천서 번지는 ‘AS 공백’ 불안 [흔들리는 한국GM①]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종료 수순
세종 물류센터 하청 고용 승계 갈등 장기화…부품 공급 차질 우려도
노조 집회·국회 기자회견 이어져…GM 측 “서비스망 유지·대체 조치 시행”

기사승인 2026-02-04 06:00:11
지난달 28일 인천 부평구 인천 쉐보레 직영 정비사업소 앞에서 쉐보레 차주들이 한국GM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 방침에 반발하고 차량 입고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차주들은 정비를 맡기러 갔다가 발길을 돌렸다. 노동자들은 일터에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다. 1월, 한국GM의 현장 곳곳에서 멈춤이 반복됐다. 직영 서비스센터는 문을 닫는 수순에 들어갔고, 세종 물류센터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이 한꺼번에 끊겼다. 정비와 물류라는 사업의 두 축에서 동시에 균열이 생기면서 회사 안팎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견 3사 중 유일하게 직영 서비스센터 없앤 한국GM 

발단은 한국GM이 지난해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을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면서다. 한국GM은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직영 센터를 포함한 자산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영 센터 운영을 중단하더라도 전국 380여 개 협력 서비스센터를 통해 고객 서비스 제공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도 내놨다. 이로 인해 직무전환 등 사측의 조치가 필요한 직원은 약 400명이다. 

이 같은 방침에 반발한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28일 인천과 경남 창원에서 직영 정비사업소 폐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차량 입고가 중단된 부평공장과 창원공장 내 정비사업소 앞에서는 차주들을 상대로 무상 점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의 항의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부평공장 정문 앞에는 “차량 정비를 받게 해달라”, “직영 정비에서 고치고 싶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단 쉐보레 차량 20여 대가 줄지어 서는 장면도 연출됐다. 노조는 직영 정비망 축소가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회사가 폐쇄 방침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서비스센터 폐쇄와 함께 제기된 문제는 남겨진 이들이다. 회사는 직영 센터 인력을 다른 직무로 재배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GM 노조는 상당수가 타 지역 공장이나 사업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경우 생활 기반을 옮기기 어려운 일부 노동자들이 퇴직을 택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청와대에서 GM부품물류 공동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집단 해고 해결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GM 세종 물류센터, 고용 승계 놓고 갈등 

동시에, 세종 물류 현장에서도 갈등이 불거졌다. 한국GM은 지난해 말 물류 운영업체인 우진물류와의 계약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소속 노동자 120여 명과의 근로관계도 지난 1월1일자로 종료됐다. 해당 업체는 폐업 절차에 돌입한 상황이다. 소속 근로자들은 사실상 집단해고라며 반발했고, 현재 세종물류센터를 점거한 채 신규 협력사 직원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GM은 이들의 행위가 ‘불법 점거’라는 입장이다. 

문제가 생긴 우진물류는 20여 년간 한국GM과 수의계약 형태로 하도급을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업체가 바뀌더라도 노동자 고용은 관례적으로 승계돼 왔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한국GM은 계약 종료와 신규 업체 선정이 사전에 예정된 절차에 따라 진행됐으며,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 승계 의무는 없다는 입장을 지난달 23일 밝혔다. 다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기존 우진물류 소속 근로자 전원에게 부평·창원 공장 등으로의 정규직 채용 기회를 제안했다고 덧붙였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재까지 일부 인원이 채용 제안을 수용했으며, 나머지 근로자와 노조가 물류센터를 점거하면서 부품 출고와 물류 흐름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부품 공급에 의존하는 국내 중소 협력업체들까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3일 공익 감사 청구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수지 기자  

노사 갈등 번져 결국 ‘공익 감사 청구’까지 

한편, GM 노조는 이번 갈등이 단순히 정비망 축소에 그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조는 정부를 상대로 공익 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한국GM의 구조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 책임을 문제 삼으며, 최근 일련의 조치가 국내 사업 축소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주장했다.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지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직영 정비망 축소와 세종 물류 갈등은 각각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이라며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 차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사업을 점점 축소하는 수순 아니냐는 우려가 현장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해외 여러 국가에서도 사업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조치들이 반복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 지부장은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차량 안전과 직결되는 정비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며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회사가 고용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도 무조건적인 대립이 아니라, 직영 정비를 전면 폐쇄하는 대신 일정 부분 유지하는 방안 등 교집합을 찾을 여지는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GM 측은 일련의 조치가 경영 효율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협력 서비스망을 통한 정비 체계는 유지되며, 인력 재배치 역시 고용을 전제로 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