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후 폐교’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 구심이자 인재의 요람인 학교가 문을 닫고 있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지방(지역) 소멸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이다. 이는 인구 감소와 절벽 주홍글씨다. 지난 10년 동안 강원특별자치도에서만 50개가 넘는 학교가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다.
올해도 새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졸업식 소식이 타전됐다. ‘입춘’인 지난 4일 강원 원주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졸업식이 있었다.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에서 열린 산업학사 학위수여식이다. 학위는 P-TECH(고숙련 일 학습병행 공동훈련센터) 과정으로 명명됐다. 학위수여자들은 원주권역 도제학교와 실업계고 출신이다. 도제학교는 학생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배우는 한국형 도제식 교육 모델이다. 이들은 학비 부담 없이 2년간 취업한 기업과 대학을 오갔다. 현장실무능력과 이론을 배우고 학위까지 받는 알토란같은 결실을 얻었다. 주경야독의 현장이다.
권민수 한국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 학장은 “젊은 친구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지 않고 지역 기업에서 기술인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이 보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8명의 졸업생을 ‘지역 수호자’란 수사로 포장하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그들이 선 졸업식 무대는 청년 역외 유출을 막은 천연색 미장센이었다.
원주의 미래는 바로 젊은이들이 취업을 위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지 않는 시대의 도래다. 원주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완성이다. 일 학습병행 P-TECH는 지난 2022년부터 의료공학과 학생을 산업 현장 기술인력으로 양성한 프로그램이다. 이들 학생은 원주 의료기기 기업 현장을 지키는 주역이다. 올해까지 60명이 넘는 졸업생이 배출됐다.
인구 절벽과 소멸을 논하며 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를 언급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원주로 이전한 큰 규모의 반도체 회사 스토리텔링이다. 경기 이천시에 본사를 둔 반도체 소재부품 전문기업인 디에스테크노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텔 등에 납품하고 있다. 원주 문막 공장에서는 실리콘(Si) 생산에 주력한다. 최근, 이 회사에서 일할 인력을 폴리텍대학 원주캠퍼스에서 3개월 집중적으로 교육했다. ‘디에스테크노 취업 연계 맞춤 과정’(기계시스템·머시닝센터 직종)이다. 19명의 수료생은 모두 고액 연봉을 받으며 취업에 성공했다. 원주로 기업들이 많이 오는 만큼 한 기수에 최대 300명씩 배출도 불가능은 아니라고 한다. 당시 수료식에서 원강수 원주시장은 “청년 인구의 역외 유출을 막아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원주가 반도체 산업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라고 피력했다. ‘인구가 곧 경쟁력’이라는 명제를 현실로 증명하는 장면이다.
원주시정은 민선 8기 들어 지역 특화산업인 의료기기에다 반도체 산업까지 장착 중이다. 원주는 전국에서도 십수 년 인구가 우상향 중인 몇 안 되는 지방 도시다. 원주 인구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36만3194명으로 전년 대비 1030명이 늘었다. 자랑스러운 인구 증가 지역 ‘타이틀’이다. 원주는 반도체 산업 측면에서도 센서 중심 반도체를 디지털 의료와 연계할 수 있는 구조적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의료기기와 바이오 데이터, AI 알고리즘이 결합하는 센서 반도체는 앞으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또 하나의 낭보는 ‘엔비디아 교육센터’ 유치다. 원주권역은 물론 강원권 대학생들이 최고의 반도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오는 9월이면 가동을 시작한다. 엔비디아 교육센터는 AI와 관련된 인력도 양성한다. 그러면 관련 기업이 원주로 몰려올 것이다. 우수한 인력이 화수분처럼 배출되기 때문이다. 취·창업 과정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전국 각급 기관의 협업 문의는 쓰나미급이다. 인구 증가 마중물인 젊은 층을 담는 그릇의 완성이다.
사람에게는 모두 제각각인 지문(指紋)과 성문(聲紋)이 있다. 지문은 그 모양이 평생 변하지 않는다. 성문도 고유한 ‘목소리의 무늬’를 갖고 있지만, 위조하고 숨길 수 있다. 위정자들은 초심을 담은 성문을 유지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역외 유출을 막는 ‘인구 댐’은 50만 도시 핵심이다. 그만큼 원주 미래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일 수밖에 없다. 전국에서 가장 도시발전 속도가 빠른 지역 중 하나인 원주시. 용두사미 정책이 설 곳은 없다. ‘주마가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